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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록도병원 100년사 '한센병 그리고 사람, 백년의 성찰'발간


소록도병원, 100년을 맞아 역사편, 의료편, 사진집으로 출간
병원이 아닌 사람(한센인) 입장서 서술, 자찬 일색인 기관사 탈피
국내 한센병사 전문가로 구성된 집필진, 책의 완성도 높여

국립소록도병원(원장 박형철)은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소록도 100년사 집필․편찬 사업이 마무리되어 '소록도 100년, 한센병 그리고 사람, 백년의 성찰'을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발간된 소록도 100년사(이하 100년사)는 소록도병원의 성과와 발전상을 홍보하는, 일반적인 기관사와 달리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다짐이 담겨 있다.

특히, 한센병 치료와 한센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병원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오히려 그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불행한 과거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잘못과 한계를 직시하는 한편, 성찰을 통해 미래에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100년사는 역사편과 의료편 두 권으로 구성했고, 사진집을 별도로 발간하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역사편은 기존에 발간된 소록도 80년사(1996, 국립소록도병원)를 토대로 하되 한센인의 시각에서 과거를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예를 들어 1945년 광복과 함께 발생한 한센인 84명 학살사건의 경우, 100년사는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병원 직원들에 의한 집단학살'이라는 점을 분명히 기술하고 있다.

의료편은 국제 한센병 정책의 흐름, 병원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주체와 제도의 변화, 치료약의 발전 과정 등을 서술하고 있다.

의료사를 일반사에서 독립하여 기술한 점이 눈에 띄는 특징으로, 소록도병원이 한센인 집단 격리 시설에서 의료기관으로 그 성격이 전환되었음을 상징한다.

사진집은 한센인들이 병고와 가난 속에서도 교육과 종교, 자치활동을 통해 소록도에 생계의 터전을 만들고 삶의 주체로서 살아낸 모습을 담았다.

100년사는 한센병 치료를 위해 헌신한 한센인들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소록도병원은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에 시달렸는데 그 공백을 비교적 건강하고 학식 있는 환자들을 선발해 메웠던 것이다.

한센병 치료법의 발전과 한센병의 종결은 단순히 국가 보건시스템이나 의료진의 헌신뿐만 아니라 한센인들의 희생과 참여가 기여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집필진으로는 정근식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를 중심으로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실태조사, 일제하 강제격리 피해 소송, 한센인 피해사건 조사 보고, 국립소록도병원 구술사료집 및 역사자료집 발간에 참여한 한센병사(史) 연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출판 기념사를 통해 그동안 한센인이 당한 고통에 대하여 사과와 위로를 전하고, “소록도 100년사가 역사적 교훈의 거울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형철 소록도병원장은 "100년사 발간과 더불어 앞으로도 어려움을 이기고 삶을 꽃피웠던 소록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노력을 통해 소록도의 가치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가 인권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인선 기자  eipod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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