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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료기기 피해 법적 책임 공방에 대비 법제화 논의 필요

최근 인공지능(AI)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동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의료용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의 융합 비즈니스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의료영상의 판독 정확성을 높이고,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거나 방대한 전문의료 정보에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치료 중심 의료 체계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원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전략연구실 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1월 23일 발표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하‘AI의료기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빅데이터·AI가 적용된 의료기기’는 의료용 빅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예측하는 독립형 소프트웨어 형태의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국내는 의료영상진단 분야에서 이미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이 활발한 상황이다. AI의료기기 가이드라인에 따라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 IBM의‘Watson for Oncology’는 광범위한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치료 옵션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가천대 길병원, 부산대 병원, 건양대 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대구 카톨릭대 병원 등에서 이미 도입·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유방 병변의 특성 및 악성 여부를 진단하는 삼성메디슨의 초음파 기기‘RS80A’와 딥러닝 기반 골 연령·폐질환 진단보조 프로그램인 뷰노의‘본에이지’, 흉부 X-ray 이미지인식 기술과 AI를 접목한 의료영상진단 SW인 루닛의‘Lunit INSIGHT’, 그리고 뇌경색 환자의 MRI를 분석하는 JLK Inspection의‘JBS-01K’등의 국내 기업들이 제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AI 의료기기의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사전적 진입규제로 작용하는 허가·심사 등의 행정절차 마련 문제와 사후적 규제로서 인공지능의 자율적 판단으로 인한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이슈 검토가 수반돼야 한다. 먼저 전자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이 적용된 SW 의료기기의 판단 기준 및 예시를 비롯하여 성능·유효성 검증 항목, 변경 허가·인증 대상, 버전 관리 및 학습데이터의 관리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본 가이드라인은 의료영상분석장치 SW 의료기기(2등급)와 허가대상이 아닌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정보검색 SW의 구별 기준이 모호하며, GUI 디자인이나 클라우드 서버 환경 변경 시에도 변경허가 내지 즉시 연차보고를 요구하는 등 지나치게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다음으로 현재 AI의료기기는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수준이지만, 향후 독자적인 진단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인공지능의 민형사상 법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민사상 책임의 문제로서 무체물인 AI는 유체물을 대상으로 하는 제조물법과 민법상 동산의 개념에 직접 포섭시키기 어려우므로 입법 개선을 통해 제조물에 내재(embedded)되어 작동하는 등 인공지능 SW를 규율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형사상 책임과 관련 고의적 목적으로 AI 의료기기를 남용하는 경우에는 법리적 구성을 통해 책임 귀속이 가능하지만, 과실책임의 경우에는 어느 주체에게 형사책임을 지울지, 책임배분은 어떻게 할지, 입증책임을 전환할지 등의 쟁점이 논의되어야 한다. 본 보고서의 분석을 통해 AI 의료기기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과제로서 우선 국내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해 AI 학습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잘 labeling된 양질의 데이터 확보 및 연계를 제안한다.

다음으로 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실제 도입·활용 및 진료 과정의 상황을 포괄할 수 있도록 기존 허가·심사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술평가 차원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행위의 유효성이 신속하게 인정될 수 있도록 신속평가대상 확대하고, 별도의 신기술 가치평가 제도 마련 등 보상체계를 개선하는 등 AI 의료기기를 활용한 신의료기술의 도입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중소형 병원 및 영상 전문의가 없는 의료기관에서도 AI 의료기기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만 의료 수가 책정 문제는 국민 건강보험료와 직결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책임성에 관한 문제로서 AI 활용한 의료행위의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보상에 대한 관련 법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AI의 의료적 활용 시 인간 의사와 AI 간의 판단 불일치, 오진 및 오작동 등이 발생한다면 법적 책임 공방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이에 관한 구체적인 법제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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