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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중대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위해 '환자안전법'개정해야"

‘종현이법’으로도 불리는 ‘환자안전법’이 2016년 7월 27일부터 시행됐다.

환자안전법은 자율보고를 기반으로 보고된 환자안전사고를 분석해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고 이를 환류 함으로써 의료기관과 의료인 전체를 학습시키는‘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환자안전법 시행 이후부터 2017년 9월 30일까지 보건복지부에 자율보고된 환자안전사고가 총 3060건에 불과해 보고건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보고한 경우는 12건(0.4%)에 불과하고 2891건(94.5%)은 병원의 환자안전 전담인력이 보고한 것이다.

환자안전사고 유형별로는 낙상이 49.7%(1522건)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약물오류 28.0%(857건), 검사 6.3%(194건), 진료재료 오염·불량 1.2%( 38건), 처치·시술 1.5%(47건), 수술 1.1%(34건), 환자 자살·자해 1.1%(33건), 의료장비·기구 1.1%(33건) 등의 순서였다.

자율보고된 내용 또한 대부분 경미한 환자안전사고라는 것도 문제다.

환자안전사고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환자안전 수준을 높이려면 가장 중요한 밑천인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보고가 많아야 하지만 여기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다.

환자안전법 제정 당시 환자단체에서 국회에 요청한 환자안전법 초안에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대로 삭제됐기 때문이다.

환자안전법 시행일인 2016년 7월 27일부터 2017년 9월 30일까지 1년 2개월 동안의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실적은 3060건이다.

이를 전국 3215개 병원(2016년 전국 병원명부 기준)에 적용하면 전국 3215개 병원이 1년 2개월 동안 평균 1건씩의 환자안전사고를 자율보고한 셈이다.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대부분도 사망 또는 중장애 등과 같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적신호사건)이 아닌 낙상 등 경미한 환자안전사고다.

이같이 자율보고만으로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관련 정보 수집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보고가 많아야 하고, 이를 분석해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전체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게 환류하고 교육해야 한다.

그러나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자율보고건 수가 적다면 환자안전법의 핵심인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결국 환자안전법은 절름발이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환자안전사고 보고건수를 늘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의무보고 하도록 환자안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물론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의료기관의 장이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을 때 해당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는 행정적,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항목의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미국, 호주, 싱가폴,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고,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서는 주요 환자안전사고 중 하나인 감염병 발생 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외 낙상, 투약오류 등의 환자안전사고는 환자안전법 제14조에 따라 자율보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감염병을 제외하면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해도 경찰에 고소·고발이 없거나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이 자율보고하지 않는 이상 그러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발생 원인이 분석되고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데 사용되지 않는다.

2017년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오후 5시 44분부터 10시 53분까지 약 5시간 동안 4명의 신생아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심정지가 발생했고,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모두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경찰의 수사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는 신속히 이루어진 반면 보건복지부의 대응은 다소 지체된 이유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가 의료기관의 장에게 부과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의 역할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대원칙 하에서 국가형벌권 발동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위한 증거와 증언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역할은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증거나 증언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발생했을 뻔한 환자안전사고’까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경찰의 수사, 검사의 기소, 법원의 판결을 모두 기다렸다가 그 결과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사후 조치를 취한다면 제대로 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재발방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와 별도로 환자안전 관점에서 신속하게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보고 받아 분석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전체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게 환류하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환자안전사고를 대상으로 보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율보고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더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2월 27일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의료법'제24조의2에 따른 설명·동의 사항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환자의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발생시킨 사고, 환자에게 영구적인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입힌 사고, 환자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 의식불명인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신고의무를 의료기관의 장에게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환자단체는 환자안전법 제정 당시부터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자율보고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의무보고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기 때문에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환영하고 찬성한다.

다만, 용어에 있어서 환자안전법 개정안에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행 환자안전법에서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신고'라는 용어 대신 '보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용어를 통일하는 것이 적절하다.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의무보고로 인한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의 행정적, 심리적 부담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환자안전법은 우리나라가 개별 병원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환자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게 함으로써 환자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오늘 3월 30일에 개최되는 국가환자안전위원회에서는 환자안전법 제7조에 근거해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을 심의한 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환자안전법이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병원 안전사고로 죽는 환자수가 더 많은 나라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겨주고, 앞으로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살리는 ‘생명의법’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가 신속히 입법화 되고,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대한건선협회,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편집부  jys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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