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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 재윤이 사망 사건 재발 방지책 나올까(?)..."중대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화돼야"



유족·환자단체들, "해당병원, 사고원인 밝혀라"..."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라"
해당 대학병원 측 "환자안전사고가 아닌 질병에 의한 사망"..."유족에게 억울하면 법적 대응하라"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총 9127건 중 사망 111건(1.2%)불과...절름발이된 '환자안전법'
13일 고 김재윤 어린이 유족-환자단체聯, 해당병원 규탄 기자회견 열어

▲13일 영남대병원 남문앞서 개최한 고 김재윤 어린이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기자회견' 모습.

"해당 대학병원은 질병사가 아닌 사고사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고원인을 밝히라."
"국회는 더민주당 남인순 의원 대표발의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라."

고 김재윤 어린이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3일 6살 재윤이 의료사고 사망사건과 관련 "국회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자율이 아닌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환자안전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고 김재윤 어린이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영남대병원 남문앞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해당 대학병원 책임자와 의료진은 6살 재윤이 의료사고 사망사건의 원인을 밝힌 후 진심으로 사과하고, 수면진정제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력 주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재윤이 유족들과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환자단체들은 "재윤이 의료사고 사망사건에 대해 해당 대학병원은 질병사가 아닌 사고사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고원인을 밝히라"며 "여섯 살까지 밖에 살지 못한 재윤이의 죽음은 너무나 억울하고 비통하다. 해당 대학병원 책임자와 의료진은 재윤이의 죽음 앞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또 "국회는 재윤이 의료사고 사망사건처럼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일명, 적신호사건)에 대해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무보고 하도록 만드는 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더민주당 남인순 의원 대표발의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주문했다.

재윤이 유족은 지난 7월 19일부터 오는 8월 18일까지 한 달간 '재윤이 죽음의 원인 규명과 사고 재발 방지를 호소합니다. 도와주세요'란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의 답변을 꼭 들을 수 있도록 환자·환자가족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간절히 부탁했다.

사건 내막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롤라간다.

지난 2012년 2월 27일 태어나 3살 때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3년 간 66회의 입원치료를 받아 온 6살 김재윤 어린이가 해당 대학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다가 2017년 11월 30일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재윤이는 전날 해당 대학병원에서 백혈병 재발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산소·응급키트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아무런 준비가 없는 일반 주사실에서 호흡 억제와 심정지 발생 부작용이 있는 수면진정제(케타민, 미다졸람)을 과다하게 주사 맞은 상태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골수검사가 끝났을 때 재윤이의 심장은 이미 멈춰 있었고, 의료진의 응급처치마저 늦어 다음날 결국 사망했다.

고 김재윤 어린이 유족과 환자단체연은‘백혈병 어린이 6살 재윤이 수면진정제 골수검사 사망사건’은 ‘예방가능한 환자안전사고’였다"고 성토했다.

우선 "백혈병 재발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열을 떨어뜨리는 며칠간 암세포가 일부 증가한다고 해도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재윤이는 골수검사를 시행할 때 열이 38.5℃였다. 골수검사는 응급검사가 아닌 만큼 해열제와 항생제로 열을 떨어뜨린 후 진행할 수도 있었는데 의료진은 왜 무리하게 골수검사를 강행했는지 유족은 그 대답을 듣고 싶다"고 규탄했다.

'대한소아마취학회의 소아진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열을 동반한 상기도 감염이 있을 시에는 수면진정제 투여를 4주 후로 연기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기도 감염 시 기도분비물이 증가해 미다졸람의 부작용인 호흡억제를 더욱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유족은 "의료진에게 ‘대한소아마취학회의 소아진정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권고를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고 주문하고 "입원 당일 시행한 바이러스검사에서 코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가 골수검사 시행 30분 전에 검출됐다. 그런데도 골수검사를 응급처치 장비가 구비된 처치실이 아닌 일반 주사실에서 긴급하게 강행한 이유를 의료진에게 묻고 싶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재윤이는 골수검사를 받던 당일 열이 나고 전신 쇠약감을 호소하는 환자였다. 만 3년 동안 항암치료를 이어왔고 여러 가지 약물 부작용으로 당시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며 "그런 재윤이에게 골수검사를 시행했던 레지던트 1년차는 당시 만 5세 소아인 재윤이에게 수면 진정제인 미다졸람 2mg과 강력한 중추신경계 억제제인 케타민 10mg을 정맥 내로 병용 투여했고, 2분 후에도 재윤이가 깊은 진정을 보이지 않자 추가로 미다졸람 2mg을 투여했다"고 처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당시 고열과 전신 쇠약감을 보이는 재윤이에게는 미다졸람 4mg과 케타민 10mg은 과용량으로 미다졸람과 케타민의 대표적 주요 부작용인 호흡 억제와 심정지가 발현될 위험성을 그만큼 높였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담당교수가 재윤이 골수검사 결과를 입원 당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면 골수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진은 6살 어린이인 재윤이의 안전도 생각했어야 한다"며 "수면진정제를 고용량으로 처방하고 투여했다면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한 응급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산소와 응급키트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골수검사를 진행해 검사 도중 무호흡 및 심정지가 발생했는데도 응급처치가 늦어져 재윤이는 저산소증에 오래 노출되어 뇌손상을 입었고 그것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비판의 목청을 높였다.

유족은 "의료진에게 골수검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면 반드시 응급상황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한 후에 6살 어린이인 재윤이에게 고강도의 수면진정제를 투여함이 맞지 않는지" 해당 의료진에 되물었다.

레지던트 1년차가 담당교수에게 응급처치는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고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재윤이는 사망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게 유족의 토로다.

이어 재윤이 사망 후에 해당 대학병원에서는 '환자안전사고가 아닌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하며 '유족에게 억울하면 법적 대응을 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백혈병 투병중인 6살 재윤이의 수면진정제 골수검사 사망사건은 ‘전형적인 예방 가능한 환자안전사고’다.

그러나 8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해당 대학병원에서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율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부는 현재까지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관련해 총 9건의 주의경보를 발령했지만 재윤이 환자안전사고 관련한 내용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게 유족 측 주장이다.

마지못해 해당 대학병원이나 의료진이 아닌 환자안전사고를 당한 6살 재윤이의 유족이 올해 6월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율보고를 했으며 현재 복지부에서는 보고된 재윤이 관련 환자안전사고 내용을 분석해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유족은 "6살 어린이가 고용량의 수면진정제를 투여 받고 16시간 만에 사망했는데 이것이 어떻게 질병에 의한 사망인지 의료진에게 묻고 싶다"며 "해당 대학병원은 재윤이의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데 힘써야 한다"고 규탄했다.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총 9127건 중 사망 111건(1.2%)불과...절름발이된 '환자안전법'
한편 환자안전법 시행일인 2016년 7월 27일부터 2018년 7월 31일까지 보건복지부에 자율 보고된 환자안전사고는 총 9217건이다.

이를 환자안전사고 유형별로 분류하면 낙상이 48.9%(4,508건)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약물오류 25.4%(2,345건), 검사 6.1%(560건), 진료재료 오염·불량 3.6%(334건), 처치·시술 1.4%(130건), 수술 1.1%(102건), 의료장비 1.0%(94건), 환자 자살·자해 1.0%(94건), 감염 1.0%(93건), 식사 0.8%(75건), 수혈 0.5%(47건), 마취 0.1%(11건), 전산장애 0.1%(5건) 등의 순서였다. 탈원·폭력·화상·욕창 원인미상의 골절 등의 기타가 8.8%(810건), 불명확이 0.1%(9건)로 나왔다.

문제는 자율보고된 환자안전사고 대부분은 사망 등과 같은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키는 환자안전사고(일명, 적신호사건) 유형이 아니라 낙상 등 경미한 환자안전사고 유형이라는 것이다.

자율보고된 총 9127건의 환자안전사고 중에서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1.2%에 해당하는 111건에 불과했다.

이는 자율보고만으로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관련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 김재윤 어린이 유족과 환자단체연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보고가 많아야 하고, 이를 분석해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전체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게 환류하고 교육해야 한다"며 "그러나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자율보고건 수가 적다면 환자안전법의 핵심인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결국 환자안전법은 절름발이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염려했다.

환자안전법 제정 당시 환자단체에서 국회에 요청한 환자안전법 초안에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대로 삭제됐다.

환자안전사고 보고건수를 늘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의무보고 하도록 환자안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물론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의료기관의 장이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을 때 해당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는 행정적,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항목의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미국, 호주, 싱가폴,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고,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환자안전사고를 대상으로 보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율보고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사망 등과 같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는게 고 김재윤 어린이 유족과 환자단체연의 주장이다.

한편 더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올해 2월 27일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환자에게 영구적인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입힌 사고, 일정 기간 이상의 의식불명 등을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로 정의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의 장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게을리 한 의료기관의 장 또는 그 신고를 방해한 자에 대하여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현재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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