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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뇌혈관 MRI 수가결정 '수가 후려치기' 성토 병원의사협의회, "비급여 항목 협상모델 될 것"


"심평원, 이번 MRI 급여화부터 경향 심사하겠다" 공언
18일 보도자료 제시..'뇌,뇌혈관 MRI 급여화 협의, 의료 시스템 붕괴 촉발'우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이번 뇌, 뇌혈관 MRI의 수가 결정은 관행 수가 후려치기의 전형적인 결과"임을 꼬집고 "앞으로 있을 비급여 항목 협상의 기본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염려를 나타냈다.

또 MRI 급여화를 통한 심사 범위 확대와 경향 심사, 강화된 MRI 품질관리기준 등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는데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임을 경고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뇌,뇌혈관 MRI 급여화 협의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촉발시킬 것'이라며 이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협의회는 "정부가 이번 뇌, 뇌혈관 MRI를 급여화 하면서 보험 가격을 종별로 큰 차이 없이 29만원 선으로 맞추었다는데 이는 기존 급여화 이전 관행 수가와 비교하면 상급 종병 45%, 종병 60%, 병원 65%, 의원 77%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가격임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부분의 MRI가 상급 종병과 종병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제 전체 MRI 수가는 관행 수가와 비교해 60%가 안 되는 수준이며 이런 말도 안 되는 가혹한 수가 후려치기를 당하고도 성공적인 협상을 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지난 번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당시 관행 수가의 80% 수준으로 수가가 정해졌을 때 강하게 비판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은 당연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임을 일갈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MRI 촬영 비용은 비슷한 소득 수준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낮지 않고, 오히려 약간 높은 경향을 보인다.

실제 2015년 Neurology에 세계 37개국의 신경학적 진단 검사들의 유용성, 접근성, 가격 적정성 등을 분석한 논문(Neurology 2015;85:1614–-1622)을 보면 우리나라와 소득 수준이 비슷한 High income 그룹 국가들의 뇌 MRI 평균 가격은 미국 달러 기준 사립병원 497달러(0~900), 공공병원 120달러(0~639)로 나타났다.

그리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MRI 촬영 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수술, 시술, 진찰, 처방과 같은 의사의 행위에 대한 수가가 우리나라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협의회는 "국내에서 MRI가 비급여의 대명사가 되고, 환자 부담 비용이 높았던 이유는 급여 항목만으로는 절대로 병의원을 유지할 수 없는 저수가 때문"이라며 "급여의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인들의 행위에 대한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함은 물론 다른 비슷한 소득 수준의 국가들과는 비교조차도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임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많은 검사를 통해 손해를 만회해야 했고, 이런 과정에서 비급여 항목이었던 MRI의 가격을 낮게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결론적으로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하게 MRI 가격을 낮추는 것은 병의원 경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저수가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MRI 급여화 논의는 시작조차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맹공을 펼쳤다.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는데 강력한 무기가 될것"
협의회는 또 "이번 수가결정은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는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임을 경고했다.

협의회는 "이번 뇌, 뇌혈관 MRI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인해 급여 기준이 많이 확대됐다"며 "따라서 신경학적인 증상이 있어 뇌 질환이 의심이 되기만 해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MRI를 시행할 수 있다. 이렇게 적용 범위를 확대해 놓으면 지금까지 심평원이 해오던 건별 심사를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워진다"면서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급여 기준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자율권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고 해석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이번 MRI 급여화부터 심평원은 경향 심사를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경향 심사는 환자 개개별 심사를 하지 않고, 환자의 질환별이나 의료기관 별로 몇 가지 지표를 설정하고 그 지표를 모니터링하면서 경향을 분석해 심사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경향 심사를 우려하는 이유는 경향 심사가 주로 의료비를 컨트롤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설정한 지표들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의료기관들과 비교해 많은 차이를 보이면 경향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삭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정밀 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실사를 통한 환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심사 방향은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진료의 획일화와 과소 진료를 조장할 수도 있고, 진료의 자율성을 의료기관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2019년부터 강화되는 MRI 품질관리기준은 MRI 급여 확대를 통해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할 중소병원들을 더 힘들게 만들 것"임을 염려했다.

또한 MRI 품질관리기준을 강화하게 되면 기존 노후화된 MRI 기계로는 촬영을 해도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노후화된 기계를 보유한 의료기관들은 MRI 촬영을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새 기계로 교체해야 한다는 토로다.

협의회는 "의료기관들이 초고가인 MRI 장비를 구입하고 관리 및 운영하는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추가적인 혜택을 받은 적도 없는데, 일방적인 정부의 결정에 따르기만 해야 하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보상 대책 없는 일방적인 규제 강화는 의료기관들의 경영난만 부추길 뿐"임을 강력 성토했다.

협의회는 MRI 협상은 앞으로 있을 비급여 항목 협상의 기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이번 뇌, 뇌혈관 MRI 건강보험 확대 발표 이후 올해 말까지 신장, 방광, 하복부 초음파 급여화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임을 밝혀 의료계의 이같은 걱정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2019년에는 복부, 흉부, 두경부 MRI를 보험 적용하고, 2021년까지 모든 MRI를 급여화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올해 이미 진행된 상복부 초음파와 뇌, 뇌혈관 MRI 급여화는 앞으로 있을 협상에 있어 기본 모델이 될 전망이다.

▶"정부, 더욱 가혹한 수가와 조건 제시할 것"전망
협의회는 "정부는 상복부 초음파와 뇌 MRI 급여화 기준의 경우는 처음 진행한 항목이었으므로 당초 계획보다 의료계에 많이 양보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정부는 더욱 가혹한 수가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첫 협상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협상력으로는 앞으로 정부가 원하는 데로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고 의료계 스스로 문 케어 정착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웃지 못 할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정부가 2021년까지 마지막 관문인 척추 및 관절 분야 MRI의 건강보험 적용까지 완성하고 나면 문 케어 정착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체 MRI 비용의 90%를 차지하는 척추 및 관절 MRI의 급여화가 진행되고 나면 의료 시장은 급격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영세한 중소 병원들의 폐업이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의사를 비롯한 많은 보건 의료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큰 사회 문제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료 환경의 변화와 혼란은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지난해 거의 모든 의료계 단체들은 문 케어의 수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절대적인 수용 불가를 하나같이 외쳤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의료계는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정부의 계획대로 문 케어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또 "선택진료비 폐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상급 병실 급여화, 뇌 MRI 급여화 등 중요한 사안 중에서 어느 하나 막아내거나 의료계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급속도로 무기력함이 퍼져가고, 패배 의식이 만연해져 버렸다. 이러한 무력감은 앞으로 다가 올 한방 관련 문제나 원격 의료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높이고 있다"고 걱정의 수위를 높였다.

"의사들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협의회는 "한 걸음만 더 뒤로 물러나면 생명을 잃을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패배감을 떨쳐내고 위기감을 무기로 재무장해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의 구심점이 돼야 할 의협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회원들에게 패배감을 던져버릴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강하게 투쟁 동력을 모으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의협 집행부에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인선 기자  eipod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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