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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검출 PVC 혈액백...식약청 ‘모른척’
생식기능 저하-호르몬 분비 불균형-당뇨 발병 위험↑
김성주 의원, “기존 PVC혈액백 안전성 재검토해야”

18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오성 식약청 국감에서 야당의원이 PVC혈액백 환경호르몬 검출 논란에 대해 대책은 있는지 집중 추궁했다.

이날 오송 식약청 청사 1층에서 열린 국감에서 김성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혈액을 담아 보존하기도 하고 환자에게 수혈하기 위해 사용되는 PVC혈액백에서 환경호르몬이 흘러나와 체내에 유입돼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식약청이 안전관리에 소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혈액백을 제조하면서 첨가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용출되어 생식기능 저하, 호르몬 분비 불균형, 당뇨병 발병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혈액백의 주 원료인 PVC에 유연성을 주기위해 첨가되는 가소제로서 전체 가소제 사용량 중 75%에 달하는 범용적 사용 물질이지만, 내분비계 교란작용 및 발암성을 나타낸다는 주장이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됐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임신부터 수유기 동안 모체를 통해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수컷 쥐에서 출생 후 2일째 측정한 항문부터 생식기 사이의 거리가 대조군에 비해 짧아졌고, 생후 12일에 수컷 새끼에서는 유두가 모두 사라져야 함에도 프탈레이트가 투여된 동물에서 유두가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모체를 통해 프탈레이트에 노출되었더라도 새끼의 생식기계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임신부터 수유기 동안 모체를 통해 낮은 농도의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수컷 새끼가 성체가 된 후 당대사 관련 호르몬 중 하나인 인슐린이 대조군에 비해 낮게 측정됐다.

즉, 당대사 관련 호르몬의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스웨덴 웁살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모니카 린드 교수는 혈중 프탈레이트 대사물 농도가 높으면 2형 당뇨병 발병 및 인슐린 분비의 저하, 인슐린 저항성 위험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쥐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외에도 프탈레이트의 인체 영향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동물실험과 마찬가지로 산모의 체내 프탈레이트 수준이 높을수록 태아의 생식기계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초등학생의 경우 프탈레이트 수준이 높을수록 지능이 낮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상이 많이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라, 환경부에서는 2007년 2월 링거백과 혈액백(보조백), 어린이 완구용품 및 육아용품 내 프탈레이트 사용 제한 관련 입법 추진을 발표하고, 3월에는 어린이 완구에 추가하여 문구학습용, 공예용까지 사용금지 규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체의 반대로 입법 추진 대신 자율적 협약 체결로 우회, 현재 링거백은 환경부와 제조업체간의 협약체결로 NON-PVC 제품이 사용되고 있지만, 혈액백은 아직도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사용해 만든 PVC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PVC혈액백은 매년 적십자가 민간에서 구매하여 2010년 196만개, 2011년 195만개, 올해는 8월까지 139만개 가량이 사용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식약청에서는 이미 2007년 식약청 용역 과제(PVC 의료용품에 의한 프탈레이트(DEHP) 인체모니터링(생체시료수집))를 통해 PVC혈액백을 비롯한 PVC의료용품의 위해성을 알고 있었다.

일반인과 의료용품에 노출되는 집단에 대한 비교 중 혈액투석군, 일반 수액 투여 환자군, 수액을 투여받지 않는 환자군, 일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혈액 중 프탈레이트를 측정한 결과 혈액 투석군의 혈액 중 프탈레이트는 일반인에 비해 약 5배 정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프탈레이트의 경우 체내에서 비교적 빨리 대사되어 배출되지만 혈액 투석군과 같이 주기적으로 의료용품에 노출되는 경우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프탈레이트가 주기적으로 체내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김 의원은 질타했다.

김성주 의원은 “혈액백에서 프탈레이트가 녹아나온다는 것은 수혈받는 사람에게 위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산모와 소아에게는 더욱 위험하다”며, “현재 연간 약 200만개의 혈액백이 소모되고 있고, 이를 통해 수혈받는 사람들은 인체 유해물질을 함께 받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은 프탈레이트가 용출이 되어 인체에 위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자체 연구용역을 통해 알았으면서도 개선노력을 하지 않음으로써 수혈자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우리나라에서도 프탈레이트성분이 들어가지 않는 NON-PVC 혈액백의 특허가 출원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재에 대한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것은 식약청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식약청은 기존 PVC혈액백의 안전성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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