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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암보다 무서운 자살, 예방의 중요성
직장인 45세 김씨는 이번 승진에서 탈락했다. 동료들은 물론이고 한참 후배들도 하나둘씩 승진해가며 내 자리를 넘어서고 있는데 김씨는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에 늘 자책을 하고 회사 내에서도 부끄럽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우울하고 잠도 못자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세상에는 나 혼자 뿐인 것 같았고 절망적이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더 이상 세상에서 버틸 자신이 없어 죽을 결심을 하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가정주부인 50세 박씨는 밝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늘 즐겁게 살아왔다. 가족들의 권유로 받아봤던 건강검진에서 청천벽력으로 유방암 판정을 받게 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도 시작했다. 늘 쾌활한 박씨였지만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점점 무기력해지고 건강했었던 과거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지금의 모습이 초라하고 우울해졌다. 가족들에게도 짐이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계속 떠나질 않는다. 그냥 죽는 게 나을 지 고민도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자살률 1위를 차지한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해에 1만 5906명이 자살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10만명 당 31.7명이 자살을 한 것으로 이는 하루 43.6명, 33분마다 1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자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있다.

특히 요즘같이 경쟁이 많고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말이다. 직장인들의 자살 빈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도한 업무량이나 불규칙한 업무 스케줄, 혹은 성과 위주의 승진 등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우울증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직장내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은 점점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고 건강한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움직임들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또한 암환자나 만성질환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도 매우 크다. 장기적인 치료 과정, 생활 습관의 변화, 자신의 신체적 변화 등이 모두 스트레스와 함께 우울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그래서 치료 과정에서도 이 환자들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와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수적이다. 자살 예방과 함께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에 대한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건강한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고 암환자나 만성질환자에 대한 정신건강관리서비스 체계도 지속돼야 한다. 병원에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병원은 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장소이지만 이외에도 중요한 것은 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 관리를 유지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신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건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1차적으로 병원 응급실로 오게 된다. 응급실에서의 적극적인 대처와 치료가 이루어지면 이후에는 자살 재시도를 막기 위한 사후관리 서비스도 병원과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증진센터나 보건소 혹은 자살예방센터 등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도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7월부터 보라매병원을 비롯하여 전국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25개 기관을 응급실 기반 자살기도자 사후관리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해 자살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이 실질적인 자살 시도 감소로 이어지도록 해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 버리고 국민들이 보다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정석 교수)

편집부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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