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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환자단체는 '보건의료인 명찰 의무패용'입법화를 환영한다
신경림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11일 '보건의료인 명찰 의무패용 및 위반시 100만원 과태료 부과'를 주요 골자로 하는 약사법, 의료법,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발의 했다. 취지는 환자의 알권리 증진 및 비보건의료인의 불법 약무행위 및 의료행위 사전예방이다. 약국에서 약사가 아닌데도 복약지도를 하고 약을 판매하는 사람, 일명 ‘카운터 약사’나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아닌데도 마취를 한다거나 실제 수술에 참여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불법행위는 의료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심지어 제약사나 의료기기사 영업직원이 수술에 직접 참여하는 충격적인 보도도 언론방송을 통해 종종 접한다.

이는 극히 일부의 약국이나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일 수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생명 및 건강을 위협받는 심각한 문제이고 우리나라 모든 환자에게 노출된 일반적 위험이다. 보건의료계의 자발적인 근절 노력을 기대했지만 비보건의료인의 불법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약국의 관리의무'를 규정한 약사법 제21조 3항에서 약사법시행규칙 제10조 1항 1호에 위임한 '약사, 한약사, 실습생의 위생복 및 명찰 의무착용 규정'을 정부가 규제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앞으로 카운트 약사의 불법 약 조제 및 판매행위는 더욱 기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삭제 이유는 '형평성'이다.

'의사, 한의사, 간호사, 의료기사'는 위생복 및 명찰 의무착용 규정이 없는데 약사에게만 있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면 이번 신경림 의원의 개정안처럼 보건의료인 모두에게 위생복 및 명찰을 의무 착용하도록 해야지 이를 폐지해 버린 정부의 방침은 문제가 있다. 만일 정부가 '규제'라는 이유로 약사의 위생복 및 명찰 의무착용 부담을 없애는 제도를 추진하려면 이와 동시에 카운터 약사에 의한 불법 약 제조 및 판매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도 함께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규제'가 포함된 '제도'를 만들었는데 ‘규제’라는 이유로 있는 '제도'마저 폐지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게 만든 것이다. 넌센스 중에 이런 넌센스는 없을 것이다. 환자단체는 약사 뿐 만 아니라 의사, 한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보건의료인에게 위생복을 의무적으로 착용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최근 약국과 의료기관이 '환자중심의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위생복 대신 다양한 유니폼이나 양복을 입는 경우도 많고 환자들의 호응도 좋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보건의료인이 위생복을 입었나 안 입었나'가 아니라 '자신에게 약무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적법한 보건의료인인지 아닌지'이다. 일부 보건의료인은 명찰 착용이 환자와 보건의료인간의 신뢰를 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환자는 아무것도 없는 보건의료인보다는 이름과 사진과 면허직종이 들어간 명찰을 패용한 보건의료인을 훨씬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건의료인에게 묻고 싶다. 가슴에 달거나 목에 거는 명찰을 패용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오히려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전문자격증을 취득한 보건의료인이라는 사실이 명찰을 통해 알려지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닌가?

전체 환자의 99%가 보건의료인의 명찰 의무 패용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반대하는지 우리 환자단체들은 그 저의(底意)를 알 수 없다.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 개인사무실이나 법무법인에 갔다고 가정해 보자. 의뢰인 입장에서는 내 앞에 앉아서 상담하는 이 사람이 변호사인지 사무장인지 알 수 없다면 과연 믿고 사건을 의뢰할 수 있겠는가? 의료현장에 일부이지만 분명히 비보건의료인의 불법 약무행위 및 의료행위가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생복 의무 착용과 같이 보건의료인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것이 아닌 단순히 명찰을 패용하는 정도를 '규제'라고 하면서 보건의료인이 반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수술할 때나 응급 상황에서도 명찰부터 챙겨야 하냐'며 이번 개정안에 대해 비판하는 보건의료인이 일부 있는데 실망스러운 반응이다. 모든 법률에는 예외가 있고, 이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제정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한번 생각해 보라. 의사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가 생사를 다투는 응급콜을 받고 수술실에 급히 들어가 수술을 했는데 명찰을 패용하지 않았다고 처벌할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약사법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약사의 위생복 및 명찰 의무착용이 7월 4일부터 폐지됐다.

그런데 일주일만인 7월 11일 약사의 명찰 의무착용을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기 때문에 약사계 내부에서의 혼란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의료계 일부의 명찰 의무착용 반대 주장은 어이없고 실망스럽다. 누구보다 불법의료행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고 약사, 한의사, 간호사 등 타 직역의 의사 직역 침범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했던 의료계의 원칙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명찰 의무 패용이 보건의료인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가 아닌 면허증을 가진 전문직업인으로써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약국과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보건의료인의 전문성에 대한 환자의 신뢰는 약무서비스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유효한 면허증을 가진 적법한 보건의료인인지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건의료계는 명심해야 한다.

2014년 7월 1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 암시민연대)

편집부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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