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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료기관 무너지면 국민건강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대한민국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리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 등으로 전국의 많은 중소상공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바로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이다.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감염이 됐거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곳은 의료기관 폐쇄 등으로, 또 메르스 감염 우려로 환자들이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 내원 자체를 자제하면서 가히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피해 규모로 많은 의료기관들이 경영상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살인적 저수가로 근근이 버텨온 중소병원과 동네의원 중에는 직원들의 월급과 각종 장비와 임대료 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해 파산을 걱정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 명칭이 대중과 언론에 공개되는 와중에 정부당국의 잘못으로 엉뚱한 의료기관이 지목되는 바람에 억울한 피해가 발생했고, 일련의 의료기관명 공개로 인한 이른바 ‘낙인효과’로 해당 의료기관은 잠정폐업을 강요당한 상황이다.

많은 의료기관들이 메르스로 인해 폐업과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임에도 정부와 국회에서는 아직 명확한 보상 원칙과 절차 등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피해구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방치하는 시그널을 계속 줄 경우,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인들의 사기가 저하될까 심히 우려스럽다.

현재 한 생명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숭고한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의료인들이지만, 국가에 의해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경우 실제 의료현장의 의사들은 아마도 메르스 환자가 제발 우리 병원에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번 메르스 위기는 어찌어찌 넘겼다 하더라도 새로운 신종감염병이 출현할 경우, 의료인들의 헌신과 사명감을 어찌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의료인의 숭고한 사명감에만 기대어 보려는 얄팍한 속셈을 거둬들이고,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발생한 피해를 정확히 보상하기 위해 하루빨리 논의를 시작하고 필요한 법령과 예산 등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에 막대한 적립금이 누적된 만큼, 국가적인 메르스 위기사태 극복을 위해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에서 먼저 실행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인해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것을 온 국민이 알고 보았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줄줄이 도산하게 되는 참담한 제2의 파장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가 당연히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의료기관이 무너지면 국민건강은 더 이상 기대 곳이 없음을 정부는 뼈 속 깊이 새겨야 한다.

2015. 6. 26.
대한의사협회

편집부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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