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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밀실야합 '노예 전공의 법제화 방안'즉각 중단하라
전공의 수련환경 모니터링 평가단(이하 평가단)은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2012년 7월에 발족했다. 이후 무려 8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 바 없다가, 지난 27일 갑자기 소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 개선안을 보면 평가단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전공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근무환경을 개선하자는 평가단의 발족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오직 병원 경영자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갖 편법과 꼼수만을 총동원하는 모습에 실로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첫째, 전문의 시험 전 수개월 정도 주어지는 소위 '근무 오프'는 병원에서 베푸는 특혜나 특례 따위가 아니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4년간 시급 2500원에 주당 100시간씩 노동력을 착취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며, 1, 2, 3년차 전공의가 충분히 업무를 숙지하고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연말 수개월 정도만을 전문의 시험준비를 위해 할애하는 것이다. 소위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안이라는 것이 근무조건이나 환경 개선과는 전혀 무관한 '근무오프 빼앗기'라는 것은 정말 씁쓸한 일이 아닌가?

둘째, 한국 특성상 수련시간을 '병원 내 있는 시간'이 아닌 '병원에서 규정한 수련시간'으로 해야한다는 말에 숨어있는 검은 의도 또한 참으로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전공의들은 진료, 수련, 학생교육, 전공의교육, 컨퍼런스 등의 대부분의 업무를 병원 내에서 수행한다. 이는 전공의 업무의 기본 특성에 따른 것이고, 모두 진료와 연관된 전공의 업무의 일부분이므로 마땅히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 특성상 수련시간을 '병원 내 있는 시간'이 아닌 '병원에서 규정한 수련시간'으로 해야한다는 말은 '병원 내에서 아무리 오랜 시간 일해도 병원 마음대로 근로시간을 재단해 깎아내리겠다'는 극악하고 음흉한 꼼수이다. 미국을 포함한 OECD 국가들 또한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규정하며, 출퇴근 시간을 전산으로 스스로 입력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밝힌다.

셋째, 전공의 최대 연속 근로시간 36시간, 주당 최대 근로시간 88시간이라는 터무니 없는 안은 어느 덜 떨어진 인사가 제안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라. 유럽은 이미 1991년에 '전공의에 대한 유럽 근로기준'을 제정하였으며, 1996년 주당 72시간, 2007년 주당 56시간, 2009년에는 주당 48시간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전공의의 주당 근로시간 80시간(인턴은 60시간), 월 근로시간 320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속 근로시간은 2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각 근무시간 사이에는 최소 8시간 휴식, 24시간 근로 이후에는 최소 14시간 휴식, 일주일에 반드시 한번은 연속 24시간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개선안에 제시된 최대 연속 근로시간 36시간, 주당 최대 근로시간 88시간은 참으로 전공의들을 노예로 취급하는 비인간적인, 비민주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다음의 사항들을 요구한다.

첫째. 현재의 '전공의 수련환경 모니터링 평가단'을 즉시 해체하라.
둘째. '추천인사'따위가 아닌 전공의 대표 2인 이상, 대한 의사협회 2인 이상을 포함한 중립적인 인사로 재구성한 새로운 TFT를 구성하라
셋째. 새로운 TFT는 다음의 근로 기준을 제시하라.
1. 주당 최대 근로시간 60시간, 최대 연속 근로시간 24시간, 월 근로시간 240시간 이내로 제한
2. 각 근무시간 사이에는 최소 8시간 이상의 휴식, 24시간 근로 이후에는 최소 12시간 휴식, 일주일에 한번은 연속 24시간 휴식
3. 주당 40시간을 넘어가는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른 수당(통상 시간당 임금의 1.5배 이상)을 지급
4. 이 모든 사항을 정확하게 준수하기 위해, "전공의 출퇴근 시간 전산입력 시스템"을 구축하라. 또한, 타인에 의해 허위로 입력되거나 조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 스스로 입력 및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라.

이번에 발표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은 '합법적인 전공의 착취', 혹은 '노예 전공의 법제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병원경영자와 정부 관료들의 밀실야합에 의한 것임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복지부와 병원경영자들은 젊은 전공의들을 착취하고 유린하기 위한 음모나 꾸며대는 치졸한 작태를 즉시 중단하라.

발표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그대로 진행한다면 전의총은 실질적인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추가근로수당 지급을 위한 민사소송을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지원할 것이며, 또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부당한 근무조건을 강제하는 보건복지부의 몰염치한 행정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하여 전공의의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의 권리를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

2013년 3월 28일
전국의사총연합

김인수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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