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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발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학자와 언어학자가 공동 연구한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지침서가 나왔다.

서울대의대 피부과 은희철 교수는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정인혁 교수와 이화여대 인문학부(언어학) 송영빈 교수와 함께 어려운 의학 전문용어를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한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커뮤니케이션북스)를 발간했다.


어려운 의학용어 사용의 장본인이자 전문용어를 만드는 해당 분야 전문가인 의학자가 언어학자와 만나 서로 공부하며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이번 저술은 의학계와 언어학계 모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의학용어 순화가 이미 만들어진 용어를 국어 어법에 맞게 바로 잡고 표준화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기존의 용어는 물론이고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새 전문용어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매우 실천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

우리말 전문용어에 대한 막연한 당위론에서 벗어나, ‘언어 현실’에서 전문용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들을 보여준다. 의학 전문용어도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대중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의학 전문용어가 시대에 맞춰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좌창', '와우', '단골'과 같은 난해한 의학 용어가 각각 '여드름' '달팽이' '짧은뼈' 등으로 순화되어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소통되고 있다.

서울대의대 피부과 은희철 교수는 "전문용어는 더 이상 소수 전문가들이 쓰는 말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일반인이 습득하기 위해서는 전문용어를 알아야 지식의 소통이 가능하다."며 "전문용어 역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모두가 소통 가능한 용어로 변화되어야만이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피부과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진료 결과를 '이치티오시스 벌가리스’, 혹은 ‘심상성 어린선'이라고 말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의사가 고유의 의학용어만을 고집한다면 환자와의 소통은 어려울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보통비늘증'이라고 증상과 연관 지어 설명하기를 권한다. 저자들은 의학 전문용어의 진정한 가치는 소통이 가능해야 함을 역설한다. 소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현실과 어법에 맞게 변화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쉬워야 함을 강조한다.

쉬운 의학용어는 결국 '진료의 질을 높이는 기본전제'가 된다는 신념이 이들 의학자와 언어학자가 의기 투합해 오랜 기간 연구하고 책을 펴내게 된 계기가 됐다. 이들은 현재 쓰이고 있는 용어중 통일이 필요한 의학용어에 대해 새로운 대안도 제시한다. 현재 영어 'disease'가 병, 질병, 질환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우리말 큰사전'7판에 의하면 질병, 질환은 병과 완전히 같은 의미로 되어 있어, 이들을 모두 '병'으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영어 'disorder' 역시 장애, 병, 질환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데, '장애'로 통일할 것을 주문한다. 사후피임약, 응급피임약은 '사후피임제', '응급피임제'로 쓰여야 함을 강조한다. 현재 '-약'이란 말은 상황을 제거시키는 것으로, '-제'라는 말을 상황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쓰이므로 이들 제품의 특성상 '-제'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처(wound)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도 현재 순화되지 않고 쓰이고 있음을 지적하며, 할창(cleaver wound)은 '찍힌상처'로, 절창(cutting wound)은 '베인상처', 사창(firearms wound)은 '총상', 관통창(penetrating wound)은 '관통상처'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꾸기를 권한다.

저자들의 전문용어 연구 이력은 화려하다. 은희철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용어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20여 년간 다수의 의학용어집 발간에 참여했으며, 정인혁교수도 대한해부학회 용어심의위원장을 맡으며 우리말 의학용어 만들기에 앞장섰다.

송영빈 교수는 언어학자이자, 대표적인 전문용어 연구가다. 은희철 교수는 "순화된 새 전문용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적극적인 관심과 활용이 필요하다"며 "최근 '갑상선'을 '갑상샘'으로, '골다공증'을 '뼈엉성증'으로 순화시키고 있는 과정에서 언어학자들의 좋은 호응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잘 정착되지 않는 것은 이에 대한 의사들의 이해가 필요할 뿐 아니라 진료 현장과 학술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해야만 새 용어의 정착을 앞 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의학용어를 대상으로 쓰여졌지만, 전문용어의 발생과 쓰임에 대한 원론적 기술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용어 만들기에 대한 방향성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쉬운 한국어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가 세계의 언어 속에서 갖는 역사적, 언어학적 의미를 밝힘으로써 그것의 정당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편집부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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