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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채우기까지 아파도 참아라?…황당한 노숙인 의료 지침
서울시 지침 ‘한 달 이상 지속 노숙생활 확인된 이들만 의료보호 신청’
시민사회단체 “경제논리에 포섭돼 홈리스 건강권 내치는 파렴치한 행정”

노숙한 지 한 달 미만 된 이들은 한 달을 채우기까지 아파도 참아라?

사회시민단체는 “서울시가 6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서울시 노숙인 의료보호 사업 시행 지침’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동자동사랑방,빈곤사회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홈리스행동은 4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 노숙인 의료보호 사업 시행지침’은 홈리스의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정책”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 노숙인 의료보호 사업 시행 지침은 향상은커녕, 기존 의료지원보다 한참 후퇴한, 홈리스의 건강권에 심각한 해를 끼칠 독기를 가득 품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래 노숙인권공동실천단 상담활동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울시 대책은 수많은 홈리스들을 의료 사각지대에 처하게 하는 말 그대로 위험천만한 구상”이라고 비난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노숙생활을 하는 것이 확인된 이들만 노숙인 의료보호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조성래 활동가는 “서울시는 불가피한 경우 예외적으로 ‘임시진료의뢰서’를 통해 한 달 미만자들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하나, 이 경우 1일 이내 기관장과 구청의 승인을 얻도록 해 사실상 운영되기 어려운 조건을 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숙한 지 한 달 미만 된 이들은 한 달을 채우기까지 아파도 참아야 한단 말인가?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거리홈리스들은 어떻게 본인의 노숙이력을 증명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서울시 노숙인 의료보호 사업 시행 지침에는 서울시는 쪽방주민의 경우 ‘쪽방과 거리를 오가는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만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노숙인등 지원법에 따르면 쪽방주민도 거리, 시설 노숙인과 함께 정의돼 있다.

조 활동가는 이와관련 “서울시는 임의로 쪽방주민에 대해 이중의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그는 “서울지역 쪽방주민의 의료급여수급자 비율은 55%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외 주민들은 일용직이나 폐품수집 등 불안정 노동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기존에 제공했던 노숙인 의료보호조차 제한해 이들의 삶을 더욱 더 궁지에 빠뜨리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또 서울시는 기존 지원되던 비급여 항목을 응급상황, 입원 시 식대를 제외하고 모두 홈리스의 부담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료 시 비급여항목은 주사제, 약품, 초음파와 MRI 같은 검사비, 각종 수술 및 처치재료 등 그 범위와 종류가 방대하다.

조 활동가는 “이런 상황에서 지불능력이 전무한 홈리스에게 비급여 부담을 떠안으라는 것은 불충분한 진료로 만족하라는 폭력”이라고 힐난했다.

서울시 지침에는 홈리스가 진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은 공공병원으로 제한돼 있고, 자치구는 이들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에 대해 적합성을 검토한 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조성래 활동가는 “불필요한 비급여 처치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일괄적으로 비급여를 제한하는 조치는 축소진료 강요라고 밖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는 의료급여자와의 형평성을 위한 조치라 하나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의료급여 외 생계, 주거급여 등 통합 급여를 받기 때문에 의료급여만 따로 떼 기계적으로 적용하며 형평성 운운하는 것은 의도적 곡해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노숙인 의료정책은 서울시의 예산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서울시는 국비 50%가 지원되는 복지부의 노숙인 1종 의료급여로 홈리스들을 밀어 넣어 예산을 절감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는 이를 예상해 매년 증가한 의료지원 예산을 작년 61억원에서 올 해 45억원으로 16억원이나 삭감했다.

조성래 활동가는 “이 예산에 맞추려 노숙인 의료지원을 축소하고 장벽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활동가는 “의료보호 축소 전에도 매해 300명 이상의 홈리스들이 거리와 쪽방, 병원과 시설 등지에서 죽어갔다”며 “이에 전문가들은 만성?중독성 질환 관리 등 서울시 의료지원체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럼에도 서울시는 법 시행 1년을 맞는 현재, 개선은커녕 경제논리에 포섭돼 홈리스의 건강권을 내치는 파렴치한 행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활동가는 “충분한 치료대책, 건강권 보장 대책 없이는 그 어떤 서울시의 노숙인 정책도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며 “서울시는 홈리스의 목숨 값으로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파렴치한 작태를 당장 거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인수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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