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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사장이 삼성병원을 영리기업처럼 운영
‘건강보험당연지정제’ 공적 규제 경쟁형으로 완화 바라
정부와 삼성은 고 염호석 열사에 대한 반인륜적 만행에 사죄하라

지난 18일 삼성과 경찰은 노동탄압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 서비스지회 고 염호석 분회장의 시신을 강제로 빼앗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무참히 짓밟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막으려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연행했다.

또한 고인의 시신을 몰래 화장하는 것도 모자라 '유해라도 돌려 달라'는 친모와 동료들을 향해 캡사이신을 난사하며 유골마저 탈취했다. 고인의 유언을 지키고자 결사적으로 항의한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수석부지회장은 ‘장례 방해’와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됐다. 삼성과 경찰의 반인륜적 만행에 맞서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은 19일부터 노숙 농성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정부와 삼성은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들의 투쟁 요구는 노조활동 인정, 폐업철회, 생활임금 쟁취, 고용보장 등 그야말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들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건당수수료 체계’ 때문에 비수기에는 월 100만원도 받지 못하며 일해 왔다. 고 염호석 분회장의 월급은 3월에 70여 만 원, 4월에 41만 원이었다. 이런 비참한 현실 때문에 최종범 열사가 “배고파서 못 살겠다”고 우리 곁을 떠났고, 벌써 3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절박한 노동자들의 호소에도 아랑곳 없이 삼성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의도적 폐업을 자행했고 조합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삼성은 기업 설립 당시부터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탄압을 일삼아 왔고, 재벌기업이 된 이후에도 노동조합 설립을 요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짓밟고 무노조경영이라는 폭력을 일삼아 왔다.

외주 하청방식으로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했고, 민주노조 설립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은 해고시키는 방식을 고수해 온 것이다. 이런 무노조 경영은 열악한 노동 조건을 유지하는 배경이 되었고, 수많은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삼성공화국’ 이라는 말이 일상적 용어로 쓰이고 있는 것에서 보이듯, 이러한 삼성의 경영 방침은 다른 기업들에게는 ‘모범’처럼 칭송 돼 왔다. 삼성은 정권이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실질적 배후이기도 하다.

의료민영화의 추진은 곧 삼성의 경영전략과 항상 그 궤를 같이 해왔고, 한국 정부의 의료영리화·상업화 정책에는 삼성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돼 왔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대책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낸 2007년도 보고서는 한국 공보험의 체계가 어떻게 민영화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삼성의 의도대로 민영의료보험은 점차 그 범위를 확장해 가고 있다.

삼성의 꿈은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완전하게 대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당연지정제라는 공적 규제가 경쟁형으로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삼성병원은 비영리법인 병원이라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업가 사장을 두는 등 사실상 영리기업과 다를 바 없는 운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비영리법인’ 이라는 병원에 대한 규제도 무너뜨려야 할 ‘암덩어리’ 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공 규제에 대한 적대감은 이런 삼성과 재벌들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기업의 이윤을 위하여 생명과 안전을 팔아넘기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핵심부에도 바로 삼성이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기업 돈벌이를 위한 규제완화는 끔찍한 참사의 원인이다.

게다가 규제의 빗장을 열고 진행되는 민영화는 생명 구호 활동조차 못하는 추악하고 끔찍한 참상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의료민영화는 바로 기업의 이윤을 위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규제완화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서도 삼성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삼성을 바로잡는 투쟁은 중요하다. ‘삼성을 바꿔 세상을 바꾸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 모든 투쟁의 시작이자, 우리 모두의 투쟁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무능 그 자체로, 수 백명의 아이들을 수장시킨 정부는 고 염호석 열사의 시신과 유골을 탈취할 때는 놀랄만큼 신속하고 충실하게 대처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에 미온적인 검찰과 사법부는 고인의 시신 탈취를 막던 노동자들 구속에는 재빨랐다. 국민의 생명은 하나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재벌의 이익을 지키는데는 충견처럼 재빠르게 나선 것이다.

정부와 삼성은 노동자들에 대한 이번 만행에 대하여 당장 사죄해야 한다. 삼성은 노조 탄압과 무노조 경영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인간적인 삶, 그 최소한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삼성과 정부의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 투쟁에 대한 지지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고 염호석 동지의 유언처럼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 할 때까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과 다양한 연대활동을 통해 함께 투쟁하고 연대할 것을 밝힌다.

2014. 5. 26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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