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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 "국가 차원의 산후우울증 사전적 대응 체계 구축해야"


산후우울증 현황 통계 기관마다 큰 차...기준 확립 필요
고위험군 비율과 유병율간 차, 관리 사각지대 존재 보여줌
정부가 의학적·심리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


보건복지부가 산후우울증에 대한 관리와 지원에 나섰지만 발병 현황의 기준도 확립하지 못해 기관마다 통계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후우울증을 겪을 가능성 높거나 겪고 있는 산모에 대한 관리와 지원을 책임질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 난임․우울증상담센터의 준비 상태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기동민 의원(서울 성북을)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심평원의 산후우울증 진료현황 통계와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설치 발표 시 첨부한 산후우울증 통계는 연도에 따라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나고 있다.

산후우울증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상 특정 질병분류기호 포함 여부에 따라 발병 현황이 달라지는 것이다.

심평원은 질병분류기호 중 F53.0(달리 분류되지 않는 산후기와 연관된 경한 정신 및 행동장애)와 O99.3(임신, 출산 및 산후기에 합병된 신경계통의 질환 및 정신장애)을 주상병으로 청구한 명세서를 대상으로 산전․산후우울증 진료현황을 작성하고 있다.

심평원 설명에 따르면 F53.0는 산후우울증을 나타내는 질병분류기호이고, O99.3은 F53.0 외 출산전후 우울증을 나타낸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산전․산후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임산부는 2016년 387명, 2017년 385명, 2018.6월말 현재 203명이었다.

이와 비교해 보건복지부는 출산 후 6개월 내 F53(달리 분류되지 않는 산후기 정신 및 행동장애) 및 F3계열(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우울병 등)이 부여된 사람 수를 기준으로 산후우울증 진료 현황 통계를 산출하고 있다.

심평원은 F53 계열 중 F53.0만 산후우울증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F53계열 전체를 산후우울증으로 포함하고, O99.3 대신 F3 계열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산후우울증에 따라 진료를 받은 임산부는 2015년 3016명, 2016년 3372명, 2017년 3296명이었다.

심평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실제 임상에서 많은 경우 심평원이 제시한 F53.0, O99.3 코드가 아닌 F3 계열을 입력하고 있어, 실태 파악을 위해 F3계열 코드 등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복지부가 산후우울증 발병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경우 산후우울증 대상자를 “출산 후 1년 내 ‘우울증을 포함한 기분장애 코드(F31~34, F38~39, F41.2, F53)’에 해당하는 주상병 및 제1부상병으로 진료 청구기록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산후우울증 산모 수는 2014년 5787명, 2015명 6442명, 2016년 5769명이었다.

이러한 산후우울증 통계 상의 혼란은 관리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후우울증의 범위를 가장 넓게 잡은 보건사회연구원 연구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우리나라 산후우울증 유병율은 1.43%(2012~2016년 평균)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도 출산 후 10일~1년 이내 우울증의 발생률을 10~15%로 추정하고 있음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낮은 결과다.

해외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의 25~35%가 우울증상을 호소하고, 7~13%가 경도 또는 주요 우울장애의 진단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한다.

복지부가 보건소를 방문한 산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선별검사 결과 에딘버러 산후우울 척도(EDPS)상 고위험군(10점 이상) 판정받은 산모수는 2016년 3201명, 2016년 5810명, 2017년 8291명으로 선별검사 받은 산모의 10~12%가 고위험군으로 판정받고 있다.

산후우울증 선별검사 결과 고위험군으로 판정될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정보 제공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동의자에 한해 정신건강센터로 자료 이관하고 있는데, 고위험군 판정을 받은 산모 중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의뢰된 수는 2015년 1919명, 2016년 2623명, 2017년 3995명 등 고위험군 산모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선별검사 역시 보건소를 방문한 산모 중 검사에 동의한 산모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검사 대상이 제한적이고, 검사 결과 고위험군으로 판정되더라도 본인 동의가 없으면 관리와 지원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민간 산부인과 방문 산모에 대한 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산모 정신건강지원 시스템구축 사업 일환으로 파악한 산모 대면기관 현황에 따르면, 보건소는 전체 산모의 46%만 커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전‧산후우울증에도 불구하고, 정보부족으로 자신이 산전‧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 여부를 알지 못하거나 전문적 상담 또는 의학적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또는 알고도 진료 등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어 각 상황에 맞는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산전․산후우울증 진료에 있어 보건소 등 보건기관을 이용한 경우는 2015년 1건, 2016년 2건에 불과했다. 공공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고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하겠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자보건기구를 설치․운영해 모자보건사업을 관장할 수 있도록 하고(제7조제1항),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를 국가가 설치할 때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권역별로 '모자보건종합센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나(시행령 제10조제1항), 아직 설치된 바 없다.

산후우울증이 산모뿐만 아니라 유아 등에도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모자보건종합센터 등을 통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 동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임산부에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후우울증 검사와 관련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제10조의5),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건소를 찾는 산모 중 동의자에 한해서만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산후우울증 문제에 대해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차 대응토록 하고 있다.

2017년 4월 보건복지부는 산후우울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역의 보건소(모자보건센터)와 함께 산․전후 정신건강문제를 조기발견하고 지역 정신건강센터, 정신의료기관과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프로세스로 각 시도 지자체별 보건소에서 산후우울증 검사 후 고위험자에 대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6월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연말까지 인천, 대구, 전남에 권역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설치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 있다. 올해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산모 정신건강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해 서울시 25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대상으로 산모관련 사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11개 정신건강복지센터만이 산모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그나마 예방교육 위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 난임․우울증상담센터나 설치 예정인 권역별 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의 조직 및 업무분장 자료에 따르면, 중앙, 권역 모두 상담팀은 3명에 불과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센터장/부센터장 또는 자문의 자격으로 1명 외에 상담팀 배치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은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개인 검사실, 상담실, 집단요법실 등을 갖추고, 전문의료진 및 상담전문가를 중심으로 진단, 상담, 치료의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실제 산전.산후우울증 발병 집단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등 원인진단을 통해 사전예방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발병에 따른 상담 및 치유 외에 원인진단 등을 위한 전문가 투입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16년 기준으로 출산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의 74.9%가 비취업(직장가입자 피부양자 포함)인 경우였다.

사후적인 상담 및 치유에만 집중할 경우 발병 억제를 위한 주변 환경 조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관리 의지가 있는지 우려스럽다.

정신건강지원센터 중 실제 예산과 인력을 갖춰 상담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센터를 권역센터로 지정해 산전․산후우울증 상담과 진료 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들 권역센터를 중심으로 해당 권역에서 사전 합의된 기준에 따른 산전.산후우울증 발병 현황 등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보건기관 등을 통한 진료율을 제고해야 한다. 산전․산후우울증이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어 진료이력 공개를 우려하는 경우가 많아, 민간보다는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개인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공공기관에서 이를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산후우울증 유병율이 높은 집단에 대한 분석을 통해 취약집단을 대상으로 사전예방을 위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역학 조사를 통해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동민 의원은 “산후우울증은 영아 살해 후 자살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산전․산후의 정서적 어려움은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발병 후 상당 등 진료가 중요하다”며, “그러나 산후우울증은 개인적 이력 외에도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사전 예방을 위한 체계적 실태조사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선 기자  eipod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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