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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헌혈증서 10만장 적십자사 창고에...
백혈병환우회,“헌혈증서 부족, 지원 절실”
SNS, 헌혈증서 구하는 안타까운 사연 잇따라
유재중 의원, 적십자사 ‘기증 헌혈증서 사용현황’ 확인


대한적십자사가 기증받은 헌혈증을 쌓아 두고도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헌혈증서가 절실히 필요한 환자들이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대한적십자사가 유재중 의원(부산 수영, 보건복지위)에게 제출한 '기증 헌혈증서 사용현황'에 의해 확인됐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2002년부터 헌혈자로부터 기증받은 헌혈증서는 총 18만7125장에 달한다.

이중 8만990장은 혈액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전달됐으나, 10만6135장은 쓰이지 못한 채 적십자사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어려운 환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에 선뜻 헌혈증서를 기증한 헌혈자들의 나눔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7월 헌혈증서누적이 10만장이 넘어서자 대한적십자사는 나눔 활성화를 위해 헌혈증서 기증 관련 지침을 수정한 바 있다.

기존에 환자 1인당 100장까지 지급하던 것을 수량에 제한이 없이 필요한 만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변경된 지침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특정 병원, 특정 환자에게만 헌혈증서가 대량 지급되는 쏠림현상이 발생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환자들에게 변경된 지침을 적극 안내한 결과, 지난 1년간(2011.7~2012.6월) 이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이 총 2만6363장의 헌혈증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수령했다.

이는 동 기간 대한적십자사가 배포한 총 사용량 3만6860장의 71%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다른 대형병원들은 헌혈증을 기증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헌혈증 신청자 수가 적거나 거의 없었다.

또한 지침 변경 이후 서울아산병원의 한 환자가 최고 4440장의 헌혈증서를 신청해 지급받은 사례가 있는가 하면, 한국백혈병환우회는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증을 나눠준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SNS에서도 헌혈증을 급구한다는 사연이 줄을 잇고 있어 헌혈증서 기증·나눔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겨나고 있었다고 유 의원은 지적했다.

대한적십자사의 기증헌혈증 관리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병원으로부터 수혈비가 청구되지 않는 기초수급대상자도 헌혈증을 신청해 받아간 사례가 발견됐고, 운영체계상 환자들에게 지급한 헌혈증이 병원에 제출돼 다시 대한적십자사로 환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수율은 81.6%에 불과했다. (※서울남부혈액원, 2011년 하반기, 지급 12,054매 → 회수 9,941매)

한편, 대한적십자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된 헌혈환부금은 총 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이 환자들에게 (수혈료 대신) 제출받은 헌혈증을 다시 대한적십자사에 제출하면, 적십자사가 이에 해당하는 비용을 병원 측에 보전해 주고 있는데, 이를 위해 마련된 재원이 헌혈환부적립금이다.

헌혈이 1건 이뤄질 때마다 혈액수입에서 2500원의 헌혈환부적립금을 적립한다.

따라서 헌혈환부적립금이 많이 쌓여 있다는 것은 그만큼 헌혈증이 필요한 환자에게 헌혈증이 제대로 나눠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100억원이 넘는 재원이 적십자사 계좌에 쌓여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유재중 의원은 “나눔문화 전파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대한적십자사가 기증된 헌혈증을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대로 나눠주지 않고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는 것은 기본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기증자의 나눔의 뜻이 어려운 분들께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헌혈증 나눔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아울러 기증된 헌혈증서가 적시적소에 전달될 수 있도록 투명한 분배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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