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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공단,보험료 6천억 추징..소득 축소·탈루 ‘모르쇠’
건보공단, 탈세혐의자 100만건 알고도 방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3년간 소득을 축소하거나 탈루한 혐의가 있는 기업이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등에게 6천억원의 건강보험료를 추징하고도 정작 이들의 탈세혐의자료 100만 건은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공단은 매년 지도점검을 통해 소득을 축소하거나 탈루한 혐의가 있는 대상자들을 조사한 후 공단 내 설치된 소득축소탈루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국세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05년 탈세혐의자료 심사를 전담하기 위해 관련 법령까지 개정하면서 소탈위를 설치했지만 소탈위에서 국세청에 통보하는 탈세 대상건수는 연간 50~60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탈위의 ‘소득축소탈루 심사기준’에 따르면 건보공단과 국세청의 소득신고액이 30%이상 차이가 나거나 건보공단에 신고된 소득액이 해당 지역 업종의 평균보다 절반이하인 경우 등에서 대해서는 소탈위에 안건으로 회부해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소득과 보수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3년간 100만건에 대해 건보료를 추징하면서 소득이 축소하거나 탈후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들을 소탈위로 회부하는 경우가 연가 100건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이에 대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기준이나 방식이 건보공단과는 달라 소득축소탈루 혐의가 있는 개인이나 사업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면서 “소탈 대장자들은 소탈전담반에서 충분히 검토해 소탈위로 올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국회 신의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들에 따르면, 건보공단이 소득을 축소?탈루한 혐의가 있음에도 이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도점검 과정에서 각종 소득과 임금 자료를 분석하면서도 소득 축소나 탈루 혐의가 있는 사업장의 탈세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해온 것이다.

사업장 지도점검서 보수 차액 2억 8천만원까지 차이 나

건보공단이 제출한 ‘사업장 지도점검 결과 건강보험료 추징액 상위 100개 사업장 현황’에 따르면, 지도점검 직전과 직후의 3개월간 월평균 보수액이 최대 2억 8천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에서 건설자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A씨는 지도점검 직전 보수액은 1336만원이었지만, 점검 직후 보수액은 22배가 늘어난 2억 9378만원이었다( 2억8,042만원).

국세청에 신고된 연말정산상의 보수액보다 건보공단에 신고된 보수액이 크게 축소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A씨는 2010년에 5개월분 보험료 1488만원을 추징당했다.

서울에서 부동산임대업을 운영하는 대표 B씨도 같은 이유로 2011년 12개월간 건보료 4817만원을 추징당했다. 2012년 지도점검 직전 보수액은 897만원이었지만, 점검 보수액은 9배가 늘어난 8254만원이었다( 7,357만원).

소득 전문직 탈세 혐의 자료도 묵혀둬

주로 고소득이나 전문직종의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지도점검에서도 탈세나 보험료를 적게 낼 목적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한 혐의자들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최근 4년간 특별지도점검을 유형별로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 고소득?전문직군에서 추징한 대상건수는 총 13만2천여 건, 건보료 추징금액은 544억원에 달했다.

이 중 건보공단이 제출한 ‘특별지도점검 유형별 상위20위 명단’에 따르면, 소득을 축소 또는 탈루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들이 발견됐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인 C씨는 2006년부터 2009년 5월까지 총 41개월치 건보료인 7342만원을 추징당했다. 건보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퇴직자의 소득을 적게 신고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비과세 소득특례 부분이 누락되는 등 총 54건에 대해 건보료가 추징됐다고 밝혔다.

지도점검 과정에서 대표변호사 C씨의 3개월 직전과 직후의 월평균 보수액 역시 5891만원에서 9083만원으로 늘어났다( 3,192만원). 광주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병원장 D씨는 2009년 직원들의 식대 정산건수 640건을 누락시켜 2009년 1년간 건보료 3193만원이 추징됐다.

지도점검 직전과 직후 월평균 보수액은 2억3899만원에서 3억1853만원으로 늘어났다( 7,954만원). 연예인?직업운동가 직장 허위 취업...건보료 추징해도 탈세 조사는 안 해 지역가입 대상자이면서도 건보료를 적게 내기 위해 직장에 허위로 취업한 것처럼 조작해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최근 4년간 적발한 ‘건강보험 허위취득자 유형별 지도점검 현황’에 따르면, 허위취득 유형별로 고액재산가(17억9천만원), 출국다수자(5억8천만원), 연예인?직업운동가(5억4천만원), 직역간변동자(66억6천만원), 장기요양등급인정자(4억4천만원) 등 총 3522명을 대상으로 지역보험료 135억7344만원이 추징됐다.

연예인으로 공연관련 회사의 대표인 E씨는 매달 100만원씩 보수를 받는 것으로 등록해 매달 직장보험료 6만6천원을 내고 있었지만 2010년 지도점검에서 적발됐다.

이후 E씨는 지역가입자로 등록돼 매달 64만 3천원을 내고 있다. E씨가 추징당한 지역보험료는 총 3716만원에 이른다. 직업운동가였던 섬유제조업체 대표 F씨 역시 총 6562만원의 지역보험료를 추징당했다.

건보공단에는 해당업체에서 매달 234만원을 받는 것처럼 신고해 매달 6만6천원의 직장보험료를 내고 있었지만, 2011년 지도점검에서 적발돼 매달 지역보험료 209만원을 내고 있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자...고액재산가 소득 탈루 조사 안 해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요양등급 1~3등급을 받은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196명도 직장 근로자로 허위 등록했다가 적발됐다.

장기요양등급 1등급을 받은 G씨는 서울의 한 건설업체에서 매달 100만원씩을 받고 일하는 것처럼 허위 등록했다가 2011년 지도점검에서 적발됐다. 장기요양등급 1등급은 노인성질병에 따른 와상상태로, 혼자서는 일상적인 거동조차 힘든 정도의 상태다.

총 3974만원의 지역보험료가 추징된 G씨는 2만8천원의 직장보험료를 내다가, 적발 이후 127만원의 지역보험료를 내고 있다.

역시 장기요양등급 1등급을 받은 H씨는 서울 강남의 부동산임대업체에서 매달 100만원씩을 받고 일하는 것처럼 허위 등록했다가 2011년 지도점검에서 적발됐다. 총 6562만원의 지역보험료가 추징됐고, 매월 보험료도 2만8천원에서 127만원으로 수정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장기요양등급인정자 중 허위취득자들은 대부분 고액재산가들이 많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지도점검 과정에서 소득이나 임금 관련 자료들을 건보공단이 파악하고 있음에도 건강보험 자격 허위취득에 따른 보험료만 추징할 뿐, 여기서 파악된 소득 축소나 탈루 혐의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소득축소탈루 자료, 국세청 통보 의무화

신의진 의원(보건복지위원회)는 이번 조사를 마치면서, “건강보험료뿐만 아니라 세금을 탈루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지금까지 법률이 정한 소득 축소나 탈루에 대해서 묵인해왔다”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상 소득 축소나 탈루 혐의 자료는 건보공단 이사장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건보공단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가 탈세 혐의 자료 자체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어 “‘국민건강보험법’제95조에는 건보공단이 소득 축소 또는 탈루를 발견하더라도 이를 국세청장에게 통보할 의무규정이 없다”면서, “이번 정기국회 때 건보공단이 지도점검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을 의무적으로 분석해 소득 축소나 탈루 자료를 소탈위에 자동 상정하도록 하고, 이 자료들을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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