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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고법 공판조정기일...혈액제제 HIV감염사태 해결 촉구
혈우환우 HIV소송인단, 18대 대선후보에 공개질의서 발송


혈우환우 HIV소송인단은 지난 11월 19일 18대 대선후보 4명(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강지원)의 페이스북과 블로그, 이메일 등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한데 이어 중앙지 광고(사진▲)를 통해 녹십자 혈액제제 '홱나인' 투여로 인한 HIV감염사태 해결 촉구했다.

소송인단은 이 중 일부 후보에게서는 답변서를 받은 상태며, 나머지 캠프에서도 신중히 검토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이를 공개했다.

이어 HIV감염사태의 실상을 12월 4일자 중앙일보에 호소문 형태로 실어 시민사회와 대선 후보들에게 거듭 도움을 요청했다. 이 호소문 게재는 지난 9월부터 이어진 혈우환우와 시민들의 모금운동 결과로서 약 500만원의 성금이 마련돼 게재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혈우환우 HIV소송인단은 7일 HIV공판 조정기일과 변론기일(11일)에 대해 "감염환우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재판부의 온기 있는 판단을 기대하며, 시민사회의 힘으로 정의를 세울 수 있도록 소송인단 또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HIV감염자로서 얼굴이 알려지는 것, 감염환우의 가족이라는 것이 두려운 일인 건 사실이지만, 소송인단은 1인시위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곧 실천에 옮길 것"임을 밝혔다.

한편 오는 12월 7일에는 HIV공판 조정기일(오전10:30 서울고등법원 동관 657호)이 잡혀있고, 12월 11일에는 HIV공판 변론기일이 잡혀있다.

▶12월 7일 HIV공판 조정기일...11일 변론기일
혈우병은 출혈시 지혈이 잘 되지 않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서 평생 혈액응고인자제제를 주사로 투여해야 한다.

90년대 당시에는 헌혈된 사람의 피에서 응고인자 성분을 추출해 혈액응고인자제제를 제조했는데, 녹십자사의 혈액제제 ‘훽나인’을 투여하고 있던 일부 혈우환우 20여명이 HIV(에이즈 원인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HIV에 감염된 공혈자의 피(헌혈당시에는 HIV 음성)가 혈액제제 제조를 위해 녹십자가 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감염환우들은 녹십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한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은 2011년 9월 29일, ‘감염 원고들은 피고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피고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피고가 제조한 혈액제제는 HIV에 오염되었거나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피고의 과실과 감염 원고들의 HIV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된다.’고 판시해 원고(감염환우들)승소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소송은 2003년 1심을 시작으로 2005년 2심(고등법원 항소심)에 들어갔고 2008년 3심(대법원 항고심)까지 이어졌다. 1심 결과는 원고(환우, 가족) 일부승소, 2심 결과는 원고 패소(녹십자제제 이외의 다른 약제를 투여한 경험이 있는 환우가 있고 소멸시효를 넘겼다는 이유)였으나, 대법원 판결에서 2심 결과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낸 것.

기존 1심, 2심에서 원고들에게 있었던 감염경로에 대한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의 정도 등을 고려해 판단한 결과였다.

▶"녹십자 측이 사건 흐지부지 무마하려 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이 되어야 함을 밝히면서, 소멸시효가 완료돼 소송자체가 일부 무의미하다는 2심결과를 파기하고 재심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다시 사건을 맡은 고등법원 재판부가 본 사건을 판결이 아닌 조정으로 하기 위해 4차 조정까지 진행했으나, 녹십자 측은 ‘HIV감염은 에이즈 발병과 다른 개념’이라는 어이없는 논리를 고집, 조정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혈우환우 HIV소송인단은 "생명윤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녹십자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사회적 편견과 건강문제 때문에 전면에 나설 수 없는 HIV감염환우들의 상황을 이용해 사건을 흐지부지 무마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고 있다"고 녹십자의 행태를 비판했다.

현재 HIV감염 혈우환자들은 20년이 넘게 HIV를 가지고 살아오면서 여러 합병증이 수반되어 있는 상태이며, 병원에서의 수술 거부나 혈소판 기능 이상 등 기본적인 혈우병 치료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취업의 어려움과 결혼을 앞두고 오는 혼란 같은 사회적 고립 속에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리고 사건 해결이 길어지는 동안, 소송을 제기한 2명의 감염환자가 건강악화로, 2명의 환자가족이 노환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현실도 있었다.

▶소송인단, "녹십자, 대법원 판결 뒤집기 시도에 분노 느껴"
이에 앞서 혈우환우 HIV소송인단은 지난 8월23일 가졌던 소송인단 모임에서 "20년 동안 고통받아 왔고 10년 동안 소송해왔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여긴다"며 "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녹십자가 대법원 판결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감염당시 약품의 사용과 유통경로 조사 등 법적 대응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20년 동안 바이러스를 가지고 살아오면서 감염환우들의 몸상태도 많이 변화했고, 그런 개별적 상황이 소송에 반영되어야 한다"면서 "녹십자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시에는 대중시위, 언론 활동 등 투쟁의 강도를 높여 전면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이후 코헴 임원진이 녹십자 대표를 만나 "이 사안은 모든 혈우환우들이 공감하며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문제이고 환우의 인권을 존중하는 원칙을 가지고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코헴회 입장과 함께 소송인단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녹십자 측은 "재판중인 사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며 "지난 대법원 판결이 시효라든가 여러가지 면에서 법리적 공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고등법원 판결까지 받아보고 판단할 입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8월26일 혈우환우 HIV소송인단은 코헴사무국에서 전체모임을 갖고 소송인단 대표를 구성하고 본 사건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해결하기 위한 대외활동 계획을 세웠다. 이 자리엔 혈액유래제제에 의해 감염될 당시 세 살, 네 살의 어린아이였고 이제까지는 성인이 돼 자신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세상 속으로 어려운 발걸음을 뗐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9월29일 서울고등법원의 1차변론기일에서 피고(녹십자)측에 조정을 통해 해결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고, 이후 11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2차변론기일이 피고측의 요청에 의해 12월11일로 연기됐고 그에 앞서 12월7일에 조정기일이 정해졌다.

혈우환우 HIV소송인단은 "녹십자와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혈우환자의 HIV 감염 문제를 축소, 은폐하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화와 피해보상, 재발방지책 마련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감염환자들 뿐 아니라 모든 혈우환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________ 후보님께 공개요청과 질의를 드립니다.

희귀난치성질환인 혈우병을 치료하기 위해 선택의 여지없이 혈액유래제제를 투여했다가, 더욱 절망적인 ‘HIV감염’이라는 천형의 짐을 짊어지게 된 혈우환우들이 20여명 존재합니다. 이는 첫째로 제조물 관리를 소홀히 한 녹십자사의 책임이기도 하며, 혈액관리와 의약품에 대한 허가·감시를 철저하게 하여야 할 국가의 역할을 방기한 결과물임은 자명한 사실이라 할 것입니다.

1. HIV감염환우들의 문제를 환자인권 존중의 차원에서 명확히 해결하기 위한 후보님의 혜안을 구하는 바이며, 그에 따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2. 12월 1일부터 시작될 HIV감염환우들의 1인시위 현장(광화문)에 참석해주시어 외롭게 싸우고 있는 환우와 가족들에게 용기와 연대의식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3. HIV뿐만 아니라 혈우환우 HCV(C형간염 원인바이러스)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 국회 할 것 없이 어느 곳 하나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역학조사 요청도 번번이 ‘관할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국가기관으로부터 거부당해 왔습니다. 이러한 비극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 합동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체계적인 역학조사를 추진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4. 살아가면서 질병 없이,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예비 환자’일 수 있습니다. 후보님이 갖고 계신 보건의료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특히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 답변 바랍니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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