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음성 난청 유발 및 증가 원인은 다양하지만 심각성을 더욱 키우는 데에는 부실한 학생청력검진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학교학생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의존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귀 질환의 경우, 불편한 증상이 처음에는 주변에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별도의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 2010년 청소년 난청 유병률 조사 결과 비교 |
◆학교학생청력검사 ‘난청발견누락’ 심각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질병관리본부가 공동 조사한 2010년 국민건강영양평가사업에 따르면 12~18세 청소년 3.8%에서 25dB이상의 경도난청이 나타났으며, 40dB 이상 중증도 난청도 1.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난청 진단 기준은 25dB로, 이는 새소리나 시냇물 소리 정도이다. 하지만 현 학교청력검사 난청 유무의 기준은 40dB로 25dB 이상의 경도난청은 찾아내지 못한다.
실제 2010년 초중고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 귀 질환 유병률은 0.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3명 꼴에 이르는 학생 난청을 대다수 놓치는 셈이다. 이마저 난청에 대한 수치가 아니라 난청과 귓병을 포함한 귀 질환 유병률로 청소년 난청 발견 누락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소년 대표 귀 질환인 소음성 난청 역시 학교 검진만으로 파악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청력검사항목부터 환경까지…총체적 부실
현 학교청력검사가 부정확한 이유는 미흡한 검사항목 및 환경 때문이다. 현재 학교청력검사에서 시행되는 대부분의 검사방법은 ‘순음청력검사’다. 이 검사는 다양한 주파수 영역을 검사하는 검사법이지만, 학생청력검사 시에는 단일 주파수(1000Hz)의 소리만을 이용하여 듣는지 못 듣는지를 판단, 난청여부를 확인한다.
난청여부와 난청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주파수에 따라 소리의 강도를 조절하여 가장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계를 측정하는 ‘순음청력검사’와 내이 세포 반사 반응 정도나 고막 중이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의 이상을 파악하는 ‘이음향방검사’, ‘임피던스 검사’ 등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
청력검사를 시행하는 환경도 오진율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청력검사는 방음시설을 갖춘 부스에서 진행해야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다. 외부 소음이 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분 내외로 스치듯 끝나는 청력검사로는 난청의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한양대의료원 이비인후과 이승환 교수는 “난청의 청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순응청력검사 외에 이음향방검사, 임피던스 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현 학생청력검사만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난청 여부를 놓쳐 상태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는 숨은 난청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방음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시행되는 청력 검사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지 못해 정밀한 검사가 불가능하므로 검사항목과 환경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도난청, 주파수 난청 놓치는 경우 다반사
이론적으로 90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105dB 이상에서는 하루에 1시간 이상씩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한다. 실제로 85~95dB의 소음강도가 측정되는 지하철 내부나 플랫폼에서 이어폰으로 잘 들릴 정도의 볼륨을 맞춰놓고 소리 강도를 측정하면 이어폰을 통해 들어오는 음악소리크기는 105dB에 이른다. 이어폰 사용을 매일 되풀이하면 청력 손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안전한 100dB의 소음 노출 시간은 일주일에 2시간. 하지만 청소년들은 매일 이어폰을 사용할 뿐 아니라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이어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이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2009년 한국학교보건학회지)돼 대부분의 학생들이 난청을 유발하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주의산만, 특정 발음이 안 들린다면, 청력 재검진 필요!
학교청력검사 결과 청상청력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생활 속에서 특정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비인후과 재검진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주의 산만이나 특정 단어를 못 듣는 경우, 소리가 웅웅거려 옆에서 이야기를 해도 특정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 경우이다.
이는 학교청력검사 결과가 오진된 경우일 수 있기 때문에 소음성난청 예방과 함께 현재 귀 상태가 정상인지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아야 한다. 평소 이어폰 착용을 하거나 중이염 및 귓병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6개월에 한 번씩 귀 검진이 필요하다. 특히 이미 발생한 난청을 놓쳤을 수 있으므로 다양한 검사를 통해 난청 정도를 체크하고 개선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청력이 손상된 상태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잘 들리지 않아 계속 이어폰 음량을 높이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는 청력손상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전문적인 귀 검진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어폰 사용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하루 한 시간 이상 이어폰 사용은 피해야 하며, 한 시간 정도 사용했다면 15~20분 가량 조용하게 귀를 휴식시켜주어야 한다.
또 볼륨 조절이 중요한데, 전체 볼륨의 약 60%이하로 사용해야 하며,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거나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볼륨을 높이지 말아야 한다. 이비인후과 황찬호 전문의는 “학교청력검진만으로는 소음성 난청이나 청소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귀 문제를 놓칠 수 있으므로 검사 결과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귀에서 웅웅소리가 나면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발음이 잘 안 들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학생청력검진의 경우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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