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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와 식약처, 업무 떠넘기기 핑퐁게임 중
응급상황서 심장충격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최동익 의원, “부처간 업무기피로 국민 생명 뒷전”

"지난 10월 22일, 백담사를 출발해 설악산 대청봉을 향하던 김모(58)씨는 중청대피소를 30여m 지난 지점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에 중청대피소 직원들은 AED(심장자동제세동기)를 활용한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정지됐던 김 씨의 호흡과 맥박을 살려냈다."(2013년 10월 10일자 강원도민일보 中)

▲제조사:Heart Sine Technologies(프랑스)
지하철역이나 터미널, 공항 등 공공기관·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제세동기는 위의 사례처럼 응급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촌각을 다투는 위급상황에서 자동제세동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식약처 위해정보과는 지난 9월 24일 1건의 위해사례정보를 접수했다. H사가 제조한 자동제세동기 중 2004년 8월에서 2010년 12월 사이 제조된 기기에 기능이상이 확인되어, 작동정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은 해당 기기에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공표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도 국내에 해당 자동제세동기가 수입된 사실이 있는지 파악하여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해당기기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던 수입업체가 폐업하여 수입 수량 및 설치장소를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의료기기법'제29조에 따르면, 자동제세동기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로 지정되어 있다.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란, 사용 중 부작용 또는 결함이 발생하여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줄 수 있어 그 소재를 파악해 둘 필요가 있는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그런데 식약처의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재지 파악에 필요한 기록 작성과 보존의 의무가 의료기기 취급자 및 사용자(의료기관 등)에 부여되어 있고, 식약처는 필요한 때에 자료제출 요구를 할 뿐, 총괄 관리에 대한 어떤 역할도 수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례처럼 기록 작성 및 보존의 의무가 있는 취급자 또는 사용자가 폐업할 경우에는 추적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약처는 시급한 회수를 위해 자동제세동기의 위해정보와 회수사실을 언론 공표 등 효율적인 방법으로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려도 모자랄 판에 '의료기기법'제31조에 따라 회수사실의 공표는 회수 주체인 의료기기 취급자에게만 할 수 있다며 이번 사안에서는 해당 의료기기 수입업체가 폐업했으니 공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식약처 외에도 자동제세동기를 관리하는 부처가 있다.

▶복지부,자문·평가 의무마저 슬그머니 시·도로 이관
자동제세동기 관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보건복지부 소관영역이자, '의료기기법'상 식약처 소관으로, 중복되는 업무영역이다. 이중으로 안전이 담보되어도 모자랄 판에 부처 간 업무 떠넘기기로 인해 오히려 안전관리의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10월 1일 보건복지부에 발송한 공문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자동제세동기)는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보건복지부가 관할 보건소를 통해 해당제품 설치기관에 회수 관련 정보를 안내’하도록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10월 4일 17개 시·도에 발송한 공문에서 각 시·도가 자율적으로 기기 교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복지부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10월 1일에 공문이 와서 각 시·도로 이를 전달했을 뿐, 이번 사안은 복지부 소관이 아니다. 또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관할 보건소에 대한 신고는 의무가 아닌 재량이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모든 자동제세동기를 파악하고 관리하기는 힘들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자동제세동기 관리를 위해서 보건복지부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보건복지부의 자동제세동기 관리운영 지침에 따르면 해당 장비 설치 기관은 시군구 보건소에 제품모델명, 제조번호 등 장비 정보를 기입한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으며, 관리책임자를 지정하고, 장비 사용 시 관할 정보센터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자동제세동기 관리운영지침 개정에 따른 자문위원회 업무 이관
그런데 자동제세동기 총괄관리에 유용한 이러한 정보들은 최종 관리책임자인 보건복지부로 전달되지 않은 채, 시군구 보건소에 그대로 머물러 있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보건복지부는 자동제세동기 관리운영 지침 개정(안)을 마련했는데, 이 개정(안)을 통해 현재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있던 자동제세동기 관리 평가 업무를 시·도로 떠넘기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지침에는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심폐소생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 자동제세동기 관리운영실태에 대한 자문, 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0년 8월에 지침이 만들어진 이후, 자문, 평가는커녕 3년 넘게 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않았으며, 2013년 지침 개정안을 통해 자문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의 책임을 슬그머니 시·도로 이관시켜놓은 상태이다.

최동익 의원은 “공공기관 및 다중이용시설에 응급의료기금을 써가며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하도록 한 이유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전국에 퍼져있는 기기들을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보니 보건복지부는 시·도에 안전관리 업무를 떠넘겨 버리고, 식약처는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자와 의료기관에 기록 작성, 보존 의무를 떠넘겨버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소재지 파악과 기기 관리를 이중으로 철저하게 시행해 국민의 생명이 뒷전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선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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