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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벽 넘어 선 韓호킹들.."하루를 긍정적이길 노력해요"
12일 신경근육질환을 딛고 대학 입학과 졸업 이룬 환우 축하모임 열려

“혼자서는 움직임은 물론, 스스로 숨 쉬는 것조차 어렵기에 평생 누워만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여러분은 새내기 대학생으로, 그리고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재활의지와 뼈를 깎는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12일 오후,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중강당에서는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대학 입학과 졸업 축하 모임이 치러졌다.

여느 입학과 졸업 행사장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행사였지만 참석한 150여명의 희귀질환 환우들과 가족들, 의료진, 그리고 후원자들 얼굴에는 기쁨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빛이 가득했다.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로 열린 행사는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근위축증, 중증 척수손상 등 한 번 겪기 시작하면 평생 휠체어나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서서히 신체 근육이 퇴화돼 호흡근육이 약해짐으로써 결국 인공호흡기의 도움의 받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각종 신경근육계 희귀질환 환우와 보호자 스물다섯 가족, 그리고 이들을 '호흡재활 치료'로 일으켜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헌신한 의료진과 후원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특별한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평소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질환을 널리 알리는데 앞장 서 온 탤런트 김석훈 씨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행사를 진행했으며, 비투비(큐브엔터테인먼트), 허각(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멜로디데이와 윤현상(로엔엔터네인먼트) 등 연예인들도 참여해 역경을 이겨낸 환우들의 손을 잡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대구대학교 전산통제학과 진학 예정인 신주일 씨와 대학원에 재학하며 모교 연구소에서 장애우를 위한 컴퓨터 개발 사업에 노력중인 신형진 씨(연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가 전달한 '희망의 메시지' 순서로 행사는 절정에 닿았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는 신 씨는 눈동자 움직임에 반응하는 안구 마우스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제작해 호흡재활치료를 받으며 키워낸 희망과 대학졸업 후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전달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일으켰다.

◆<b>소설가를 꿈꾸는 19세 ‘초(超)긍정’ 숙녀, 명경씨의 봄- 하루 22시간 호흡기에 의지하지만 서울예대 문창과 새내기로 출발</b>

행사에 참여한 모든 환우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영웅’들이지만, 밝아 올 봄부터 ‘미래의 소설가’를 꿈꾸며 학업을 펼칠 김명경(女·19세)씨의 사연은 독특하다. ‘지대형근이영양증’을 겪고 있는 김씨는 하루 중 식사 시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을 호흡기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외출 시는 물론 잠자리에서도 호흡기는 필수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이 불가능했던 김 씨는 소설을 습작하는 취미를 길러 왔고, 고등학교 3학년 시기에 완성한 작품을 주변 지인들이 보곤 대학진학을 권유하게 됐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15학번 새내기로 예비 소설가가 된 김 씨의 별명은 ‘초긍정’이다. 무슨 일이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가 지어주었다 한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주어진 하루를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요.

이미 근육병을 겪고 있지만 질환 걱정에 우울해하기 보단 힘닿는 데까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라고 말한 김씨는 사람들 사이의 심리를 다룬 소설을 통해 내면을 다루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대한민국 최초로 ‘호흡재활치료’를 시행해 호흡장애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사하고 있는 강성웅 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인사말을 통해 "호흡재활치료를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해도 인공호흡기 없인 생명 유지가 힘든 환자들이 스스로 호흡을 하며 외출을 하고 학교에 다닌 후 직장을 가져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되는 것에 동료 의사들조차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하면서 "호흡재활의 가장 큰 장애물은 ‘나와 다르다’는 일반인들의 사회적 인식이기에 호흡재활 훈련을 통해 ‘우리와 같다’는 공감대가 범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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