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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깜빡깜빡하는 중년의 뇌, 문제생긴건가(?)
“나는 지금 중년의 나인인가요?” 작년부터 정부는 청년의 나이(청년고용기준법 시행령,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를 15~34세로 정한다고 한다. 대통령령으로는 15~29세인데 아마 나이든 청년이 많아질 듯하다. 또, 정부의 연령차별 금지법에서는 고령자라는 말을 없애고 50세 이후는 모두 장년(長年)이란 말로 통일하자고 한다. 그러면 중년의 나이는 몇살일까? 35~49세? 중년 나이의 법적 정의는 없는 것 같다. 중년 신사, 중년 부인 등의 말이 있다. 뭔가 중후한 외모를 보이고 이제 인생을 얘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듣는 말이다. 아마 40~50대 모든 사람을 일컬을 때 중년이라고 하는 것 같다. ?

▲허필우 교수
뇌의 무게는 청년일 때는 두 근 반(1.4kg) 정도 되다가 나이가 들면서 차츰 가벼워진다. 허리 둘레가 늘어간다고 뇌는 뚱뚱해지지 않는다. 뇌에는 허리처럼 기름이 끼질 않기 때문이다. 뇌는 1000억 개의 뇌세포가 서로 연결되어있는 거대한 컴퓨터 같다. 그리고 뇌는 대뇌, 소뇌, 뇌간으로 나뉘어 있지만 75%가 대뇌이다. 인간은 이렇게 큰 대뇌를 가지고 있기에 생각과 정신을 갖고 있는 고등 동물로서 인류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몸무게의 50분의 1밖에 안 되는 뇌는 몸 전체 혈액의 15%를 혼자서 쓴다. 왕성할 때는 30%까지도 쓴다고 한다.

심장, 간, 근육 등 몸의 다른 장기들과 달리 뇌는 영혼이 있는 곳이다. 영혼은 오랜 경험으로 만들어진 기억과 생각으로 완성된다. 만약에 생각한 것을 기억해내지 못하면 그리고 기억한 것을 생각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중년이 된 나는 아직 청년이라고 외치지만 진정 나의 뇌의 나이, 즉 기억력과 생각의 나이는 얼마나 될까? 어느덧 중년이 된 나는 청년이었을 때의 뛰어난 기억력은 오간 데 없고 핸드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고 있고, 전화번호를 못 외어 단축키를 누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청년이었을 때의 정확한 기억력, 높은 주의력,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빠른 순발력대신 중년이 된 나의 뇌는 그 동안 인생을 살면서 쌓인 경험을 토대로 생긴 종합적 사고 처리능력이 전성기에 와있다고 본다. 즉 젊은 뇌보다 더 이해를 잘하고 논리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욱 뛰어나다는 것이다. ?

▶중년 뇌의 이상 징후
난 아직 40대인데 왜 이렇게 잘 까먹는지요, 문은 걸고 나왔는지, 가스 불은 껐는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이 많다. 이때 두통이라도 나타나면 뇌 속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다. 특히 체중도 좀 나가고, 고혈압도 있다고 하고, 더욱이 부모님께서 뇌졸중을 앓고 계시면 혹시 나도 뇌졸중에 걸릴 수 있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우선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혈압, 당뇨, 고지혈증(고 콜레스테롤, 고 중성지방산), 폐 x-ray, 심전도 검사가 기본이다. 주의해야 할 병이 나타나면 이제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병을 갖고 있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고 잘못 나온 걸 꺼야 라고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 더욱 무섭다. 아무리 어려운 병이라도 잘 다스리면 오히려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 그 시작이 중년의 때이다. 손에 열쇠를 들고 열심히 열쇠를 찾고 있는 자신을 보며 걱정스러워하는 중년의 여성들이 많다. 벌써 치매가 온건 아닐까 걱정한다.

건망증은 뇌에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주의력 결핍과 관련이 많다. 특히 한 번에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multitasking)에 능한 현대 사회에서 더욱이 잘 나타나는 현상이다. 항상 머리 속엔 걱정, 근심으로 가득 차 정작 가벼운 일상은 뇌의 저장고에 넣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특히 중년의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많은 일을 겪는다. 생리 후 빈혈과, 단조로운 사회 활동, 아이들 양육과 집안 일을 다 해야 하는 피로감 등이 더욱 주의력을 산만하게 하여 건망증을 심하게 만들고 있다.

건망증은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건망증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 두 세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말 것을 권한다. 대화 할 때는 대화에 집중하고 책을 읽을 때는 책의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 책 읽으며 다른 생각을 하면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이젠 한번만 보고도 외우는 청년의 나이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건망증 예방에 좋다는 음식이 인터넷에 수두룩하게 나온다. 어떤 음식이 좋다더라 하는 것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종합비타민은 꼭 챙길 필요는 있다. 중년의 나이에도 나타날 수 있는 공공의 적 치매(알츠하이머)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치매는 건망증과 달리 뇌에 병이 생겨 나타나는 증상이다. 기억력 장애뿐 아니라 인지능력 장애까지 나타난다. 가장 슬픈 일은 가족을 기억 못하는 것, 그리고 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물론 중년의 나이에는 잘 생기지 않으나 건망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은 꼭 진료 받으시길 권한다.

전문의의 이른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빠른 진단으로 초기의 치매는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뇌의 건강은 신체를 건강하게 한다. 긍정의 힘이 더불어 몸을 튼튼하게 한다.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기름 지지 않고, 짜지 않고)이 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는 나이가 들면서 노화 되어간다. 그러나 생각은 노화되어가지 않을 수 있다. 끈임 없이 생각하고 읽고 대화하길 권한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노화되어가는 뇌를 오히려 더욱 성숙한 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신경외과 허필우 교수)

이인선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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