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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쌍둥이 간호사, 주경야독으로 학사모 쓰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출산비와 대학학비 전액 지원

가천대길병원에서 태어나 같은 병원의 간호사가 돼 주목을 받았던 네쌍둥이 자매 간호사가 23일 가천대학교 메디컬 캠퍼스 졸업식장에서 학사모를 썼다.

네쌍둥이로 태어난 황슬, 설, 솔, 밀은 3년제 대학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2월 가천의대길병원에서 간호사가 됐다.

간호사로 근무하던 자매들은 2011년 3월 가천대학교 간호과에 계약학과로 입학해 주경야독 끝에 4년제 대학교 학사학위를 받게 된 것이다.

계약학과는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과 대학이 계약을 맺어 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로 가천대길병원과 가천대학교가 계약을 맺어 계약학과로 간호학과를 설립했다.

네쌍둥이 간호사가 어엿한 성인이 돼 대학을 졸업하고 태어난 병원에 간호사로 취업한 것은 물론 이들이 4년제 학사학위까지 받게 된 것은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1년 전, 이들은 하마터면 세상 빛도 못 볼 뻔 했다. 1989년 1월 당시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 황영천(56)씨와 어머니 이봉심(56) 씨는 출산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어머니 황 씨는 친정인 인천의 어떤 작은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출산예정일에 앞서 갑자기 산모의 양수가 터졌다. 당황한 이 병원에서는 “인큐베이터가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산모와 가족은 서울로 가느냐 마느냐 우왕좌왕하다, 수소문 끝에 길병원 문을 두드렸다. 길병원 산부인과 팀이 오전 9시경 네쌍둥이의 분만을 무사히 도왔다.

산모와 가족은 당장 입원비며 인큐베이터 비용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이길여 회장은 “병원비를 받지 않을 테니 건강하게 치료받고 퇴원하라” 달랬다.

며칠 후 네쌍둥이와 산모가 퇴원할 즈음 이 회장은 산모를 찾아가서는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대줄테니 연락해 달라”고 했다.

가정 형편이 아무래도 대학 공부를 시키지 못할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학비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헤어진 이후 서로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러다 2006년 9월 이길여 회장이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네쌍둥이와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18년 전의 약속을 떠올렸다.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이들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침 네쌍둥이 가운데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수시 합격했으나 학비 마련이 어려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2007년 1월10일 이 회장은 이들 자매에게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해 18년 전의 약속을 지켰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네쌍둥이에게 또 하나의 약속을 추가했다. 대학 가서 열심히 공부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기만 하면 전부 길병원 간호사로 뽑아준다는 약속이다.

이후 지난 해 까지 이 회장은 3년간 해마다 네 명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 왔다. 네쌍둥이들은 이 회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3년간의 학업과정을 마쳤고, 이달 10일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했다. 3년 전 약속대로 이들은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됐다.

간호사로 채용된 네쌍둥이가 대학을 각각 수원과 강릉에서 졸업하고, 부모님들은 용인에서 살고 있어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거주할 집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자 이길여 회장은 병원 인근에 빌라 한 채를 마련해 주면서 이들이 모여 살도록 배려했다.

이후 네쌍둥이 간호사들은 간호사로서 더 큰 꿈을 펼치고 더욱 전문적인 분야에 진출하자 하는 포부를 품고, 가천대학교 계약학과에 진학했다.

네쌍둥이의 맏이인 황슬 씨는 “이길여 회장님께서 약속을 모두 지켜주신 것처럼 우리 자매들도 간호사가 되면서 회장님에게 약속 드렸던 대로 가난하고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열심히 섬기는 가슴 뜨거운 간호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네쌍둥이 간호사는 가천대길병원 인공신장실과 신생아실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김인수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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