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기획특집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라산 등정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다'
선천성심장병 어린이 가족 32명-자원봉사자 9명-의료진 4명 등 한라산 정상 밟아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편견·차별없는 사회 조성에 전문가 집단 노력 필요"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대표 안상호)는 지난 7일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한 인식개선운동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의 일환으로 진행한 ‘2016 제주 한라산 원정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복귀 소식을 전했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의‘2016 제주 한라산 원정대’는 백록담까지 이어지는 성판악탐방로 구간을 선택, 오전 7시에 성판악탐방안내소를 출발해 속밭 대피소, 사라오름 입구,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오후 2시 원정대 가족 모두가 한라산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바라봤다.

한라산 정상까지 오르는 10Km 가까운 기나 긴 산행과 현무암 돌길에 땀이 비 오듯 하고 숨이 차올랐지만 구름위에서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는 순간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해냈다는 자신감이 북받쳐 올랐다.
▲한라산 백록담 앞에서 ‘2016 제주 한라산 원정대’ 단체사진
앞서 원정대 가족들은 한라산 등반을 대비하여 안산과 인왕산부터 시작해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계양산, 광교산 등 서울과 서울 근교의 산에 오르며 근력운동과 함께 팀워크를 다져온 것이 큰 밑거름이 됐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가방을 받아주면서 만들어낸 한 편의 감동 드라마였다.

이번 ‘2016 제주 한라산 원정대’는 선천성심장병 어린이 가족 32명, 자원봉사자 9명 그리고 의료진으로는 세종병원 소아심장과 김성호 부장, 소아흉부외과 이창하 부장,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전남대병원 소아흉부외과 정인석 교수가 참여했으며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앞장서는 사단법인 ‘한기범희망나눔’이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와 함께 2016 제주 한라산 원정대를 준비했다.

원정대에 참여한 10명의 선천성심장병 어린이(성인 환자 1명 포함)는 좌심형성부전증, 양방좌심실연결, 폐동맥폐쇄, 우심형성부전증, 양대혈관우심실기시 등 모두가 복잡심장기형을 가진 어린이이며, 함께 나선 1명의 성인 선천성심장병 환자인 이영호(36, (주)한화/기계 선임연구원/공학박사) 씨도 폰탄수술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는 “선천성심장병 아이들이 수술 후 건강하게 자라 다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 없이 기여 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가 되도록 만드는 것도 수술 못지않게 전문가 집단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심실로 폰탄수술을 받은 이가 백록담에 올라 기뻐하고 감격해 하는 모습에 소아흉부외과 의사로서 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고 등정 소감을 밝혔다.

이 또한 "심장병 아이들과 부모와 그리고 관련된 전문가 집단이 함께 가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천 세종병원 소아심장과 김성호 부장은 “정말 많은 고생을 하면서 정상까지 올라왔다. 이번 원정대에 함께 한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선천성심장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우리 소아심장을 하는 의료진에게도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원정대였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너무 강도가 쎈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었는데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대로 결과가 좋아 너무 기쁘다"면서 "환우회의 이런 노력들로 인해 선천성심장병 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잘못된 시선이 바뀌길 바라고 이 아이들이 자라 차별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환우회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소아흉부외과 이창하 부장도“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격려하며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곁에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이들에게 우리 의료진이 더 많은 힘이 될 수 있도록 환우회와 함께 활동을 하면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돕겠다. 비가 내리는 한라산은 산을 타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위험한 곳인데 한라산 원정대의 등반이 아무 문제없이 모두가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번 원정대에서 유일한 성인 환자였던 이영호(36)씨는 “지금의 삶을 영위하기까지 선천성심장병 환자라는 이유로 세상에서 나를 보는 시선과 싸워야 했다. 내가 한라산 정상에 섰을 때 선천성심장병을 가진 어린이들이 ‘나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뜻깊은 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세상의 많은 시선이 그러지 못할 거라고, 힘들 거라고들 생각하고 있지만 그런 편견과 상식을 말보다는 삶으로 보여줬을 때 세상이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를 보살펴주고 건강하게 키워주신 부모님, 나의 부족한 심장을 고쳐주신 의료진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준 선천성심장병환우외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라산 정상의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2016 제주 한라산 원정대 깃발
이번 원정대를 준비한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아직도 유치원과 학교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심장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그로 인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 파란 입술, 헐떡이는 숨, 잘 뛰지도 못할 것이라는 수많은 편견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다"며 "여느 건강한 아이와 다르지 않게 씩씩하게 한라산에 오르는 것을 보여줘 편견과 사회적 차별을 없애고 싶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감사드리고 우리의 도전을 지지해주시고 도와주신 소아심장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이어 "태아가 선천성심장병으로 진단을 받은 산모들이 우리 한라산 원정대의 도전으로 용기와 희망을 얻어 소중한 아기들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키워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주기를 바란다”바람도 잊지 않았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의 인식개선운동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는 선천성으로 병을 가지고 태어난 심장은 비록 다르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널리 알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익캠페인이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2003년 만들어진 환자단체로 선천성심장병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병명별 강연 및 영유아 심폐소생술 교육, 의료기기 및 의료비 지원 사업뿐 아니라 선천성심장병 어린이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받는 편견이나 불이익을 없애기 위한 인식개선운동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