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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분쟁시 재조명 '의료 카르텔'...위법성 알면서도 병원간 자료 주고받아
의료분쟁중재원, 병원서 제출한 자료 진위여부도 확인안해...병원 편에 서
피해자 김씨, 국민신문고 통해 복지부에 2차례나 호소...나몰라라
성일종 의원, 지난 14일 보건복지위 종합감사서 지적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이 지난 14일 보건복지위 종합감사에서 의료사고 분쟁시 병원들간 조정에 대비한 자료를 주고받는 의료 담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를 제기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원내부대표·충남 서산태안)은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의료진을 상대로 일반 환자가 이길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며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했지만 병원에서 제출한 자료의 진위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병원 편에 서서 감정을 하는 등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지난해 발생한 의료사고 사례를 언급하며 “해당 사건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 의료사고 분쟁시 드러나는 의료 카르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해당 의료사고는 앞서 모 방송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SBS 궁금한이야기 ‘16.1.15)과 뉴스(SBS 8시뉴스 16.10.3)에서도 보도되며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해당 의료사고 경위는 지난해 1월 새벽 6시, 갑자기 양수가 터진 만삭의 산모 김 모씨는 다니던 강남 모 산부인과를 급히 찾았지만 담당 A원장은 교회 건반 연주 등 사적인 스케줄로 분만실에 나타나지 않고 카톡으로 의료행위를 지시했다.
▲성일종 의원
오후 2시경 산모의 자궁이 완전히 열렸지만 A원장은 나타나지 않은 채 본인 스케줄에 맞춰 카톡만 주고 받다 오후 4시반이 돼서야 나타나 분만을 시작했지만 아기는 심장이 멎은 채로 태어났다.이에 협력병원인 인근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급히 옮겨 응급치료를 받고 이후 서울대 병원까지 옮겨 갔지만 끝내 뇌손상으로 석달만에 사망했다.

이에 산모 김씨는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뢰했지만 중재원은 의료과실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해당 사건을 재조명하며 A원장이 중재원에 제출한 자료들이 조작됐다고 지적했지만, 김경태 중재원 상임감정위원은 “당시 병원이 제출한 자료를 아무런 검증 없이 수용했고, 중재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후 피해 산모 김씨는 중재원의 감정을 취하하고 소송을 제기했으며 며칠 전 검찰에서 A원장을 과실치상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는 게 골자다.

중재원, 2800여건 감정처리 중 현장조사 단 24차례...의료사고 원인분석 보고서 작성無
성 의원은 이날 종합국정감사에서 김경태 중재원 상임감정위원과 박국수 중재원 원장에게 관련 사건을 따져 물으며 “중재원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재 조정 등에 관한 법률'제25조와 제28조에 따라 의료사고의 사실관계와 과실유무, 인과관계 등을 밝히기 위해 의료기관 현장조사권 및 관련자 조사, 관련 자료 요구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도 이를 행사하지 않고 병원이 낸 자료의 진위여부도 가리지 않고 감정하고 있다"고 집중 추궁했다.

실제 중재원은 2012년 설립이후 현재까지 2800여건의 감정처리를 하는 동안 1%도 안되는 24번의 현장조사만 나갔고, 나머지 99%는 별다른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재원 직제규정(시행세칙 제8조(의료사고원인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사고 원인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역시 단 한건도 작성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날 국감 증인으로 나온 강남세브란스 병원의 B교수는 문제 산부인과 A원장에게 분쟁에 사용된 진료기록 자료를 환자 및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제공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의료법'제21조 3항에 의하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진료기록 등을 제공할 때 환자 및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B교수는 일반동의서에 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반동의서의 해당 조항을 보면 ‘연계진료를 위해’라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다.

성 의원은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간 환자의 연계진료를 위함이라면 서울대병원에만 제공해야지 거꾸로 이미 끝난 강남 모 산부인과 A원장에게 제공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B교수가 A원장에게 자료를 제공한 시점은 아이가 뇌사상태로 태어나 해당 산부인과를 떠나온 지 두 달이 훨씬 지난 뒤였고, 해당 시점은 중재원에서 의료분쟁 절차가 한창 진행되던 중이었다”며 “중재원 제출용으로 자료를 주고 받은 것 아니냐”며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 보건복지부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피해산모 김 씨는 의사들간에 자료를 주고 받은 행위가 위법한 것 아니냐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2차례나 호소했지만 보건복지부는 ‘해석에 대한 문제이니 해당 병원에 다시 문의하라’고 답변을 하며 병원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피해 환자를 다시 병원으로 돌려보내며 나몰라라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일종 'A원장과 B교수간의 통화녹취록 공개'
또한 성 의원은 A원장과 B교수간의 통화녹취록도 공개했다.

통화 시점은 보건복지부의 민원 답변 후에 이뤄진 것이며, 공개된 내용을 보면 A원장이 "그때 그 민원은 잘 해결되셨어요?"라고 묻자 B교수가 "저희는 일반동의서에 연계한다는 동의서가 있어요. 사실은 그 동의서가 약간 되게 러프하게 돼 있기 때문에 그걸 더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중 략) ... 이번에 법률 검토를 했더니 이 사람이 소송을 건 게 아니라 그냥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넣은 거여 갖고 민원을 해결하는 상태로 끝을 냈는데 법적으로 걸리면 이게 법적인 효력에 문제가 조금 있다... (중 략)... 보건복지부에서 그거를, 그거는 바람직한 방법이니까 넘어간, 문제는 안 삼고 넘어갔어요."
▲정진엽 복지부장관이 "관련 사안을 다시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B교수는 "다시 문제가 되거나 제가 도와드려야 되는 부분이 있으면 연락달라”며 서로 돕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는 통화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 의원은 “의료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해 산모를 담당했던 주치의들끼리 이런 식으로 서로 연락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보다 더 심각한 통화내용도 나오지만 최소한의 증인보호를 위해 여기까지만 밝히겠다”고 말했다.

성 의원은 “의사와 병원들은 위법을 불사하며 이렇게 서고 도와주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병원의 편에 서서 엉터리로 감정하고, 복지부는 모른 체하니 피해환자들은 기댈 곳이 없다”며 “이게 바로 의료 카르텔이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선의를 가지고 있는 많은 의사들과 병원들이 불신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관련 사안을 다시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선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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