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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의협 건정심 탈퇴 선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요양급여의 기준, 요양급여비용에 관한 사항,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부과점수당 금액, 그리고 그 밖에 건강보험에 관한 주요 사항으로 대통령이 정하는 사항 등을 의결하는 건강보험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사항들을 결정짓는 최고 의결기구입니다.

그 구성은 위원장을 제외하고 의료소비자와 공급자, 그리고 공익단체가 각 8인씩 구성되어 총 24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이러한 구성을 갖게 된 것은 국민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강보험제도가 이해 당사자들의 원만한 협의 아래 결정되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정부가 전문가단체의 목소리를 합법적으로 묵살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이 달려있는 중대한 건강보험제도를 오직 정치적 이해관계로써 결정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주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그 구성부터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공익단체 8인 중에 의료비를 적게 쓰고자 하는 의료소비자와 이해를 같이하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측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음으로 인하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모든 결정은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의료서비스의 비용의 문제에서는 항상 16:8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의사를 대표하는 위원들은 공급자 8인 중 3인에 불과합니다. 즉 위원장 1인과 24명의 위원 중 3명에 불과하여 표결로 결정하는 경우, 전문가단체의 의견은 반영이 되지 않고 묵살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정부는 공익단체 8인 중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외에도 기타 위원을 대부분 정부측 인사로 채워넣음으로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정책 결정에 있어 공정함을 잃고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004.10.14에도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통해 드러난 바 있습니다. 당시 감사원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 중 공익위원 8명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며 구성원을 변경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가입자와 의약계간 이해가 상충되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공익대표의 역할이 중요한데 공익위원으로 보건복지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원을 세우는 것은 이 같은 중립성과 객관성을 훼손하여 공익대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건정심 위원 중 공무원 2인을 제외한 나머지 공익위원은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인사를 위촉 또는 임명토록 하고, 실질적인 심의·의결이 될 수 있도록 산출근거나 설명자료를 첨부해 운영토록 지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일례로 지난 2012.2.15 개최된 제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공익대표로 참석한 6인의 위원 중 보건복지부 공무원 1명, 건강보험공단 1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명, 보건사회연구원 1명, 기획재정부 공무원 1명 등 5명이라는 절대 다수가 보건복지부 소속이거나 보건복지부의 영향 아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것입니다.

이렇게 절대적으로 정부측에 유리한 인적 구성을 통해 정부는 의료의 질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표결로써 묵살하는 횡포를 저질러왔습니다. 예컨대 건강보험공단과 의사단체가 건강보험 수가인상에 관한 협상을 하다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넘겨져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한 수가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페널티를 받아왔습니다.

이것은 마치 프로야구선수가 구단주와의 연봉협상에 실패할 경우 KBO에 넘겨져 구단주가 제시한 연봉보다 더 낮은 연봉에 강제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에 이런 넌센스가 또 어디에 있습니까?

정부의 횡포는 이번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의 강제 확대시행에 대하여 꾸준히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감추고 '의협과 합의했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에 동의한 것처럼 언론에 제보한 것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포괄수가제의 강제 확대시행은 의료계와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제36대 지난 집행부는 2011.11.21 있었던 제4차 포괄수가발전협의체에 참석하여 '당연적용에 대한 문제점과 환자선택권이 존중되어야 하므로 강제시행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함'이라고 반대하였으며 2011.12.26 열린 제2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하여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의 단계적 확대를 위해서는 수가수준의 조정, 환자분류체계 정비 등 제도정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시행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임'이라고 주장하여 선보완 후시행을 주장했다.

2012.2.15 열린 제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하여 '적정수가, 조정기전, 환자분류체계 등 기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시행시기를 못박는 것은 일방통행식 정책이므로 의견 수렴 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시행되도록 할 것을 요청함'이라고 졸속 시행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렇게 대한의사협회가 분명하게 반대의사를 명확하게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마치 정부와 합의한 것처럼 반대사실을 찬성한 것처럼 거짓 호도한 것입니다.)

이 같은 정부의 횡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불합리한 구조에 기인합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00년 의료대란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지난 2001년 12월, 의료계와 정부가 공정한 협의체를 만들자는 취지 아래 합의함으로써 2002년 설립된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로 만들어진 기구가 오히려 불합리한 인적 구성과 정부의 불합리한 운영으로 인하여 정부가 자신의 뜻대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된 것입니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다수의 횡포’를 저질러 온 것이며 국민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료제도를 바꿈에 있어 의료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꾸준히 묵살해 온 것은 ‘공권력의 폭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정부의 계획에 ‘의료단체와 합의했다’는 명분을 실어주기 위한 요식행위를 하는 기구로 전락하였습니다. 오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는 표결을 통해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을 밀어붙였습니다.

이에 제37대 대한의사협회는 올바른 의료제도를 세우기 위한 전문가단체로서의 대한의사협회의 노력이 정부의 요식행위의 수단으로 이용당하는 것에 항의하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바뀌기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함을 선언합니다.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에 항의하여 탈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단체의 의견을 또 다시 묵살함에 항의하여 탈퇴하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노사가 1:1의 동수로 협의구조를 갖춘 노동위원회와 같이 의/약/치/한 등 각 단체와 정부가 1:1의 협의체를 갖추어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하며 국민을 건강을 위해 필요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앞장설 것이며, 제37대 대한의사협회는 더 이상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일에 무기력하게 들러리의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금일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을 탈퇴하게 된다면, 절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슬그머니 되돌아가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정의(正義)는 휠 수 없습니다.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은 틀린 것입니다. 의료비를 손쉽게 통제하기 위해, 의료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준비 안된 포괄수가제의 강제 시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국민을 위해 반대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국민으로부터 그 진정성이 의심 받고 정부에 의해 묵살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근본적 원인을 찾아 개선하여 반드시 국민으로부터는 신뢰를 받고 정부로부터는 존중을 받는 의사단체로 거듭나겠습니다.

2012. 5. 24 대한의사협회

박미성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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