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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피임약 판매 축적 자료 ‘안전성 검토·분석’ 우선
4일 토론회...성교육 확대-장애여성 등 현실 고려 촉구


지난 4일 국회도서관 421호에서 열린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주최 ‘여성의 결정권과 건강권 측면에서 본 피임약 재분류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연자들은 경구피임약의 전문·일반약 전환에 앞서 안전성 검토, 장애여성 입장 고려, 성 교육 확대, 피임약-진료비 무상 등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며 신중한 정부 정책을 촉구했다.

▶전문약 전환, 공익 존재...기대효과 판단 있어야

맨먼저 토론자로 나선 이인영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피임약 재분류안에 대한 법리적 분석’을 주제발표에서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은 여성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며, 피임약에 대한 재분류 정책은 단순히 의약품 차원의 과학적 접근 뿐 아니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판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개인의 피임권이 실질적으로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적극인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의 원칙을 위반한다”면서 “지난 40년간 약국판매를 해오던 정책기조를 변화하려면 전문약으로 전환하여 얻을 수 있는 공익적 측면이 존재하여야 하고, 이로 인해 야기되는 부작용과 불편 등의 부정적 이익과 비교형량하여 기대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판단이 있어야 하며 그 전환의 논거가 분명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상당기간 국가가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로서 승인되어온 정황이 있다면 이를 번복할만한 중요한 과학적 증거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한, 기존의 정책을 신뢰하고 있는 국민들의 법적 안정성 내지 신뢰보호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없다”며 “정책의 변화가 과학적 근거에 기초했다면 혈전 등의 부작용의 개연성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40년간 약국 판매를 하는 동안 그 부작용 등 축적된 자료를 통해 과연 안전성에 의문을 가질 정도인지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은 국가권력의 ‘과소보호 금지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국가 보호조치의 수준을 의회가 직접 정하지 않고 고시와 같이 하위의 법령에 의해 보호조치의 수준이 결정되도록 하고 있는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심사할 필요가 있으며 고시를 통한 개정으로 피임약 재분류를 확정하고자 하는 정부의 조치가 법익을 보호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불충분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국가의 보호의무의 위반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구피임약 전문약 전환, 장애여성 궁지로 몰 것

이어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황지성 소장은 ‘장애여성에게 안전한 피임은 사치인가?’란 발제에서 “장애여성들은 피임을 시도 했을 때, 그렇지 못해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했을 때, 피임과 낙태 모두 하지 못해 출산을 했을 때, 어느 것이 장애여성 몸과 생명에 ‘덜’ 위험한 것인지,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그러한 상황에서도 장애여성들이 스스로가 재생산과 관련한 몸의 통제권을 갖고자 비교적 손쉽고도 유일한 방안으로 피임약을 구입해 복용하고 있다”고 장애여성들이 퍼해 있는 현실을 공개했다.


황 소장은 특히 “지적장애여성들의 상황은 더 어려워 피임방법에 대한 낮은 접근성과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제반환경의 문제, 높은 성폭력피해의 위험 때문에 보호자들은 당사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영구적인 피임수단을 찾기도 한다고 했다”면서 “장애여성에게 적절한 피임방안에 대한 연구나 실질적인 보완책 선행되지 않은 상태로, 경구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이라는 정책방향은 장애여성들의 재생산과 관련,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올바른 정부정책을 촉구했다.

▶피임 중요성, 안전한 피임법 등 성교육 확대해야


반면 차별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대학생 네트워크 ‘결’의 활동가인 권유경씨는 “연세대, 한양대 총여학생회에서 ‘대다수의 남성들이 피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며 콘돔 사용을 꺼리고 있는 현실에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시켜 여성들의 접근성을 높이면 피임에 대한 책임이 여성들에게 전가되어, 오히려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이것이 언론 등을 통해 전체 여자대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되고 있는 것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피임이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라 남녀 공동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환기하기 위해서는 피임약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피임의 중요성, 안전한 피임법 등에 대한 성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안전하게 피임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피임약에 대한 복약지도가 의무화되어야 하며, 피임약에 대한 여성들의 알 권리가 보장된 이후 복약에 대한 선택은 여성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임약-병원 진료비 무상 ‘해법’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수 활동가는 “이번 피임약 재분류에 대해 언론과 보수층은 ‘사후피임약이 왜 응급피임약’이라고 불리는지, 또 ‘경구피임약이 산부인과 진단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 청소년의 피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청소년들에게 피임약은 접근 가능한 약품이어서는 안 되는가’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소년 스스로가 피임을 할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꼭 경구피임약과 응급피임약을 모두 일반약 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 사회적 낙인이 모두 없어지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서 산부인과 진료가 부담스럽지 않게 되거나, 더 나아가 피임약과 병원 진료비가 무상이 된다면 앞서 제기한 문제는 모두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원 식약청 소화계약품과장은 “피임제의 과학적 검토를 위해 의약품 세부 분류기준을 반영한 15단계의 알고리즘을 적용했고 피임제의 유효성과 부작용이 기재되어있는 선진 각국의 허가사항, 피임제에 대한 전문서적, 최근 review 논문, 피임제에 대한 각종 의학논문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신 과장은 “종교계, 의약단체, 관련 부처 등에 피임제 분류에 대한 의견을 2차에 걸쳐 수렴하였고, 대한의학회, 대한약학회에서 추천한 관련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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