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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센터학회, 난치성 뇌전증 돌연사율 20배 높아...난치성 환자 치료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  


"신경외과 교수의 타병원 수술 가능하게 해야"
美, Level-4 최상위 뇌전증수술센터 230개-日, 28개 지정-49개 확대...2015년 Level-4 뇌전증지원거점병원제 도입
韓, 단 한 개 병원뿐
4대 병원 뇌전증 환자 수 약 4만명...총 수술 1년에 60~70건에 불과

홍승봉 뇌전증센터학회장, "난치성 뇌전증 치료 위해 장비, 인력 지원 필요"..."기재부에 주문"

▲미국은 뇌전증 환자들을 진료하는 병원들을 평가해 Level 2, 3, 4로 분류한다. Level-2는 뇌전증 수술을 하지 못하고 약물 치료만 하는 병원, Level-3는 쉬운 뇌전증 수술만 할 수 있는 병원, Level-4는 두개강내 전극 삽입 등 최고 난이도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다. 이 마크는 Level-4 뇌전증센터인 존스홉킨스병원 것이다. 한국에는 이런 평가 시스템이 아직 없다.

국내 뇌전증 환자의 수는 약 36만명이다. 뇌전증 환자의 나이 분포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14%, 성인 환자가 86%이다. 이 중 70%는 약물 치료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지만 나머지 30%(약 10만명)는 여러 약물을 투여하여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다.

9일 대한뇌전증센터학회에 따르면 젊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돌연사율은 일반인의 20~30배이고, 14년 장기 생존율은 50%로 매우 낮다. 한편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뇌전증 돌연사는 1/3로 줄고, 14년 장기 생존율이 90%로 높아진다.

하지만 국내에는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의 수가 매우 적어서 대부분 병원(90%) 의사들은 뇌전증 치료에 수술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고, 극소수의 수술 병원에 가더라도 담당 의사에 따라서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되기 쉽다.

심지어 뇌전증 수술을 물어보면 말도 못하게 하는 의사들도 있다. 뇌전증 수술을 시행하는 4대 병원들의 상황을 살펴보자. A 수술 병원의 뇌전증 교수들 중 환자가 더 많은 B교수는 거의 수술을 권하지 않고, C교수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한다. B 수술 병원의 A교수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하지만 B, C, D 교수들은 수술을 잘 권하지 않는다.

같은 병원을 방문해도 담당 의사에 따라서 그 환자의 운명이 달라진다. 참으로 한탄스럽다. 4대 병원들의 뇌전증 환자 수는 약 4만명에 이르지만 총 수술 건수는 1년에 60~70건에 불과하다.

뇌전증 수술팀은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이 필수인력인데 현재 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Level-4 뇌전증센터(최상위 뇌전증수술센터)를 만족하는 병원은 美에 230개가 있는데 한국에는 정부 사업을 하고 있는 단 한 개 병원뿐이다. 일본은 2015년 Level-4 뇌전증지원거점병원 제도의 도입으로 전국에 골고루 28개가 지정되었고 앞으로 49개까지 확대한다.

뇌전증 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료이다. 1년에 2000명 이상의 뇌전증 환자를 치료하는 전국 약 20개 병원들은 뇌전증 수술 환경을 제공해야할 사회적, 공공의료적 책임이 있다. 뇌전증 수술을 하지 않는 교수들은 연구논문을 많이 쓰고, 해외 학회에도 자주 나가는 등 비교적 여유 있는 삶을 살지만 뇌전증 수술을 열심히 하는 교수들은 너무 바빠서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고, 해외 학회도 가지도 못하고 주말도 반납한다.

누가 계속 이렇게 살려고 하겠나. 한국에서 1년에 수백명의 젊은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지만 한국의 뇌전증 수술은 개별 의사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에만 맡기고 있다. 암환자나 뇌졸중 환자를 의사마다 주먹구구로 치료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암환자와 심뇌혈관질환은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으로 치료율이 매년 상승하여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전공의를 수련하는 대형 병원들 중 90%가 뇌전증 수술을 하지 못하며, 극소수의 뇌전증 수술 병원을 방문하여도 수술을 싫어하는 교수를 만나면 소용이 없다. 4대 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별 수술의뢰 건수를 비교하여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같은 병원에서도 의사에 따라서 그 차이가 너무 심하다. 이것이 한국에서 생명이 위급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겪고 있는 실태이다.

홍승봉 교수(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는 “이제 국가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뇌전증 수술을 암환자, 뇌졸중과 같이 관리해야 한다.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수술 로봇은 보건복지부의 2023년 1대 지원에 이어서 2024년에도 2대 지원 예산이 통과되어서 정말 다행이지만 뇌전증 수술과 환자 관리에 꼭 필요한 인력 지원 예산은 전혀 승인되지 않았다"며 "심뇌혈관센터와 같이 거점 뇌전증전문병원을 지정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뇌전증 수술을 활성화할 수 없고,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또 "문제는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 수가 너무 적다. 90%의 대부분 병원들에는 한명도 없고, 극소수 수술병원에도 한명밖에 없어서 뇌전증 수술 교수가 해외 연수를 가거나 퇴직하면 수술이 갑자기 중단된다"며 "따라서, 뇌전증 수술 교수의 확충과 다른 병원에 가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수술병원들 사이의 협력 시스템이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와 중재가 없으면 한국에서 뇌전증 수술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생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난치성 뇌전증의 치료를 위하여 장비뿐만 아니라 인력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기획재정부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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