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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역학조사관 자격 '약사' 포함 법 개정안에 강력 반대한다
美CDC 역학조사관 자격 '1년이상 임상수련 거친 의사'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불러올 감염병예방관리법안 즉각 철회돼야

메르스 확산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는 메르스와 관련한 각종 대책과 보상 등을 담은 메르스 관련 법안들을 쏟아놓고 있다. 이에 현재 국회에는 수십 건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이 가운데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염병 관리체계와 관련 역학조사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이른바 감염병예방관리법이 서둘러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개정법안은 역학조사관이 될 수 있는 자격으로 ‘방역·역학조사 또는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의료인, 역학조사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사람, 그 밖에 감염병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을 제시했다.

문제는 법안심사소위 논의과정에서 약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충분한 검증도 없이 약사를 갑작스레 포함시켜 이날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는데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역학조사관 자격에 약사를 무작정 포함하는 법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

우리의 입장은 특정 직역을 배척하거나 하는 차원이 결코 아니다. 오직 오늘의 메르스 사태를 있게 한 국가방역체계의 부실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한다. 국민 모두가 알고, 전문가들도 인정하듯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데에는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가 지적되고 있다. 즉 국가방역체계가 부실하였다는 것이며, 부실한 국가방역체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실한 역학조사’다.

초기 역학조사가 부실하고 전문인력 등 맨파워가 부족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결과를 낳은 주요 원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사태를 수습하고, 국가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국회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약사도 포함해야 한다는 단순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몹시 실망스럽다.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역학조사 수준을 선진국 기준으로 대폭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추어야 함에도 국회가 이에 역행하고 있다. 이는 부실한 현 국가방역체계의 현상유지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후퇴하는 개악이라고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미국 CDC의 경우만 하더라도 1년 이상의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는 바로 역학조사관의 자격이 주어지지만, 의사 이외의 다른 보건의료 전문직은 공중보건학 분야의 석사 이상의 자격을 갖추어야만 역학조사관의 자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결국 약사이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이기 때문에 역학조사관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역학조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이 국민적 상식에도 부합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는 처사이다.

분명한 자격 기준 없이, 일률적으로 보건의료인이라고 역학조사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전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결과를 낳을 뿐이다. 이에 우리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메르스 사태로 부실한 국가방역체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우리나라 역학조사 체계가 허술함을 알았다면, 결단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국회는 국민 상식에도 어긋나는 말도 안 되는 개악법안을 즉각 철회하고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국가방역체계의 새판을 구상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충고를 이번에도 무시하고 정략적인 고려만 일삼다가는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닥쳤을 때 후회만 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2015. 6. 25.
대한의사협회

편집부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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