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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운영자-병원간 갈등 초래...‘즉각 폐기돼야’
상위법서 진료거부시 벌직조항 규정...조례안, 환자 권리 제한
응급의학회, 서울시 ‘응급의료 지원 조례 개정’에 입장 밝혀

대한응급의학회(이하 학회)는 ‘서울시 의회의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에 대해 “얼핏 보면 매우 정당하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 같지만 이번 조례는 오히려 현장에서 구급차 운용자와 병원 간에 갈등을 초래하고 응급환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당장 폐기를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2일 '학회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는 개정 조례안을 당장 폐기하고 구급차 운용자와 응급의료종사자가 '의료법'과 '응급의료에관한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준수하는지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구급차 운용자가 응급환자를 이송 중 이송할 병원의 수용능력을 확인하지 않고 이송해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한 경우 벌칙을 가할 수 있는 '응급의료에관한 법률 개정안'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는 것이 구급차로 이송되는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안"임을 주문했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 운용자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환자가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안전하게 이송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 병원은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병원의 의료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응급실이 환자를 수용할 능력을 넘어 섰거나, 환자를 수술할 의사나 비어있는 수술실, 중환자실이 없는 경우 환자가 이 병원으로 이송되어 오면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니 그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주치게 된다.

이럴 경우 환자의 생존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돼 있다.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재전원되지 않고 병원에서 안전하게 치료받기 위해서는 구급차 운영자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구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 구급차가 잘못인지, 치료를 할 수 없어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를 받지 않은 병원이 잘못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응급의료에관한 법률’ 제48조2 에서는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구급차 운전자와 구급차에 동승하는 응급구조사, 의사 또는 간호사는 이송하고자 하는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를 확인하고 응급환자의 상태와 이송 중 어떠한 응급처치를 시행했는지를 이송하고자 하는 병원에 미리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반해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를 유발했다고 해도 벌칙이 부여되지는 않는다. 벌칙이 없으니 법률이 지켜질리 만무하다. 따라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 병원 의료진에게 행정처분을 가하는 것이 정당한지, 법률에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 환자에게 피해를 유발한 구급차 운용자에게 벌칙을 가하는 것이 정당한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서울시,'응급환자 수용 거부 4배↑'VS학회, '구급차 운용자 잘못 이송 때문'
학회는 "서울시가 조례 개정의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의 수용거부가 최근 4배 정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구급차 운용자가 '응급의료에관한 법률'에 따라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지 않고 운용자 편의에 따라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병원으로 잘못 이송했기 때문"이라며 구급차 운영자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즉 현장에서 구급차 운용자가 사전에 의료기관에 수용능력을 확인하고 환자를 이송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이 조례가 시행되면 구급차 운용자는 "환자를 데려왔는데 병원에서 왜 안 받느냐?”며 따질 것이고 의료진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답할 경우 구급차 운용자는 “그러면 서울시 조례에 따라 행정고발 하겠다.”는 등 갈등이 생길 것은 명확하다고 학회는 우려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1차적인 피해는 구급차 운용자도 응급의료종사자도 아닌 응급환자가 입게 되는 셈이다. 또한,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의 10%정도, 응급환자의 20%정도만이 구급차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구급차를 이용하지 않는 나머지 80%의 응급환자는 서울시 조례대로 라면 진료거부를 해도 행정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따져 물었다.

조례보다 상위개념인 ‘의료법’ 제15조와 ‘응급의료에관한 법률’에는 응급환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에서는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 응급의료에관한 법률에서는 면허 또는 자격취소를 하거나 6개월 이내의 면허 또는 자격정지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상위 법률에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에 대해 포괄적으로 벌칙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내용을 서울시 조례에서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로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학회는 비판했다.

학회는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하면서 전문가단체에 의견만 조회했어도 사전에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 의견조회도 없었다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한편 최근 서울시 의회에서는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일부 개정을 통해 '시장은 응급의료기관등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종사자가 구급차 등에 의하여 이송된 응급환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경우에는 법 제5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행정처분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요청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정렬  dailymediphar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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