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 '글로벌'화, 실상은 약가협상시 선점 위한 로비 창구
관련업계 "토종제약사도 멤버로 받아들여 물타기 작전 감행 의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KPAC 공동 주최 파트너십 운운 '허상'
신약조합 "기술이전·라이센싱하는 것도 아닌 공동이슈 없지 않나"
관련업계 "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 추가 의미없어"
국내 제약관련 단체들이 너도나도 간판 개명 붐을 타고 쇄신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련업계의 시각은 그리 곱지 못하다.
간판만 그럴싸게 과포장됐지만 태생은 그대로인 채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넉두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다.
간판을 바꾼뒤 KRPIA로 영문 명칭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환자들이 더욱 건강하고 그들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도록 끊임없는 R&D를 통해 혁신적인 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기업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
또 국내외 연구 중심 제약기업들이 의약품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인류의 건강증진에 이바지 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어 지난 2000년 6월1일 복지부 설립 인가를 받은후 현재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36개 (외자)제약기업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최근 홈페이지 홍보 배너를 통해서는 '혁신적 신약개발을 통해 환자건강증진과 제약산업 발전에 더욱 기여하겠습니다.', 'KRPIA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로 거듭납니다.'를 강조하며 마치 한국·글로벌(?) 회원사들이 국내에서 직접 신약 개발에 협업으로 나서고 있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다.
하지만 실제 R&D는 물론 혁신신약을 생산해 내는 cGMP공장 마저 전무해 이에 따른 연구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저 본사에서 개발 생산된 자칭 '혁신신약'을 수입해 와 판매하는 한국영업지사에 불과하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 허가 승인받아 판매해 온 신약을 수입한 후 국내 인허가 부처 승인 절차를 거쳐 국내 판매 수순을 밟고 있는데 그치고 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국내서 임상만을 수행한 자료를 제시하며 정부에 이에 상응하는 약가를 주문한뒤 급여 등재이후에는 약 장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간판을 새로 바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홈페이지에서 배너 광고를 통해 '혁신적 신약개발을 통해 환자건강증진과 제약산업 발전에 더욱 기여하겠습니다'고 홍보하고 있다. |
이는 지난 17년전 당시 다국적의약산업협회 일때나 최근 글로벌의약산업협회로 새간판을 건 뒤에도 전혀 바뀌지 않은 틀에 박힌 국내 마케팅 패턴을 고수한 탓이다.
그래서 관련업계는 외자사 모임인 기존 '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로 이름을 바꾼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몇몇社 제외한 대부분 외자제약사, 국내에 생산 및 연구시설 부재"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한 마디로 외자사 회원 영업소인데 어찌 글로벌의약산업협회냐"고 따져 묻고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는 게 아니듯 단순 '다국적사' 명칭을 '글로벌'로 맞바꿨다고 영업소가 단숨에 글로벌화해 변신돼 지는 것이 아니다"며 "간판 변경을 통한 원할한 약가협상과 국내 영업 마케팅 활동에 있어 지장을 덜 받게 하려는 목적 아니겠는냐"고 비판의 목청을 높였다.
또 "현 영문 명칭 KRPIA(Korean Research-based Pharmaceutical Industry Association)대로 '한국인에 근간한 연구만을 하는 제약산업협회'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며 "바꾼 간판에 맞게 굳이 끼여맞춘다면 GRPIA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술 더 떠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KPAC(Korea Pharma Associations Conference,한국제약산업 공동 컨퍼런스)'이라는 이상한 모임까지 만들어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염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두 단체가 무엇때문에 KPAC를 만들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앞서 두 단체는 최근 'KPAC 2017’를 개최하고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국내 최대의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 알린 바 있다.
그 근간에는 R&D중심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제약관련 단체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와 영업을 같이 하자는 얘긴데 정작 할게 없지 않느냐"며 "이 두 단체가 뭔 파트너십이냐, 올 3년째인 KPAC도 문제지만 마치 국내 기업을 상대로 파트너십을 도와 주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와 KRPIA간 모여 잡당질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무슨 노하우를 전수를 하겠느냐"고 되묻고 "두 단체가 손잡고 주변 단체를 견제하고 있으며 제대로 일하는 단체들을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라며 실상을 폭로했다.
또 "KPAC를 통해 국내 제약계와 외자제약계가 파트너십 운운하는데 기술이전하는 것도 아니고 라이센싱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런 이슈가 없지 않느냐"고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외자제약사의 국내 영업소와 한국 제약기업간 무슨 관계 설정이냐는 토로다. 그저 한국 제약업계는 외자사 본사와 상대하는 것임 강조한 셈이다.
이는 KRPIA의 가장 큰 설립 목적이 본사 신약의 약가를 잘 받아내는 조직인데 약가협상조직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무슨 협력 관계가 설정되겠느냐는 강한 어필이다.
결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이용한 약가 협상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명분용 삼는 것아니냐는 부정적인 뉘양스다.
마치 한국제약업계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는 것인양 모양새를 취하면서 제약바이오협회를 역이용한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기업들이 외자사에 기술이전하는 이슈는 있어도 다국적제약기업이 한국기업들과 협력해 노하우를 이전하는 행보는 가당치도 안와 왔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KRPIA, 제약바이오협회 이용 약가 협상시 유리한 고지 선점 명분용 아니냐"
또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KRPIA 현 부회장은 식약처(의약품안전국장)출신 아니냐"고 지적하고 "그동안 우리나라 의사들을 동원해서 리베이트를 집어주면서까지 자기네들의 영업 마케팅에 활용하는 조직에 불과하다"며 "국내 임상 의사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오죽했으면 일부 임상의들이 직접 외자제약사에서 녹을 받고 디렉터로 일하는 것을 보면 알수 있지 않느냐"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외자제약사의 의학부에는 국내 대학병원 출신의 임상의사들이 몸담고 있으며 수입 신약에 대한 임상 승인과 공식적인 학술행사를 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외자사들과 국내 의사들과 밀접한 관계에 놓일수 밖에 없어 왕왕 불미스런 사건들이 발생하곤 한다. 최근 불법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로 적발된 20억원대 규모의 한국노비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 등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글로벌'로 새간판을 내걸었지만 마케팅 활동과 로비 창구로서 본연의 태생은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KRPIA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간 R&D콜레버레이션 운운한 것은 무의미한 허상인 셈이다.
그럼에도 굳굳하게(?) KRPIA는 외자제약사들의 입장만을 대변해 온게 이미 17년째다.
▶표면적 '글로벌'로 개명, 약가 및 허가승인 획득키 위한 '로비 창구'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KRPIA는 외국 현지 본사들이 만든 혁신 신약의 약가를 인정해 달라는 차원에서의 대정부 로비 창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 단체가 몇 년 전에는 신약조합에도 접근해서는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한적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국회에서 토론회도 같이 진행할 정도였었다"고 과거 행태를 공개했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자기네들의 입장 대변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관련 단체를 붙잡고 마치 파트너십을 맺은 것처럼 활동을 하고 홍보해 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약조합 측은 "KRPIA와 손잡고 2~3년 같이 활동을 해 왔을때도 MOU 형식도 아닌 무심코 찾아와서는 같이 하자고 읍소조로 매달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고 "현재도 KRPIA 임원들이 유사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제약바이오협회를 붙들고 늘어지며 '글로벌'이란 새로운 간판 내걸고 앞으로 국내 제약사도 자기네들의 회원사로 받아들이겠다는 속셈 아니겠느냐"고 불온한 행보를 추정했다.
외자제약사 모임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온데다 부정적인 실체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용 아니냐는 것이다.
그동안 약가협상이나 임상 승인 청구시 해당 부처와 소통이 원활치 못해 왔고 혹여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인 것처럼 왜곡돼 비쳐지지나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왔던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그런 차원에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수순밟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KRPIA는 외자사의 모임으로 가야지, 마치 글로벌화하는 양 토종제약사도 멤버로 받아들여 물타기 작전을 감행하는 것"이라며 "정부에다 약가를 요구할때 국내 제약사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전체 제약업계의 목소리임을 강조하려는 명분용 속셈이 저변애 깔려 있다. 이름을 바꾼 이유 아니겠느냐"고 비판의 목청을 높였다.
▶"협회내부서 누가 말도 안되는 간판 변경 아이디어 냈는지 궁금해"
이와 함께 제약바이오협회 명칭 변경에도 강한 비판의 메시지를 퍼붓고 있다.
기존 제약협회 간판에 '바이오'를 추가한 것은 스스로 정말 못난 단체임을 고스란히 표출한 셈이라고 비판의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 안팎에선 "이미 바이오의약품협회가 바이오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느냐", "굳이 기존 제약협회 명칭에 '바이오'글자를 붙이지 않아도 '제약'에 바이오 이미지가 포함돼 있다." 는 등등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제약단체 한 관계자는 "기존 제약협회 명칭에 무엇때문에 바이오를 붙였는지 알수 없다"며 "기존 명칭에는 합성약품, 바이오약품이 다 포함돼 있는데 이해할수 없는 노릇"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결국 "이런 결정은 제약협회내 논의를 거쳐 나왔을 것인데 내부에서 누가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를 냈는지 궁금하다"면서 되짚고 "일부 업계 핑계를 되고 있는데, 누구의 의견을 수용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업계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한심하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명칭이 중요한게 아닌 실제로 협회가 그만큼의 일을 해 왔느냐, 그렇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않고 여타 단체의 업무를 방해를 하고 있질 않나, 도대체 명칭 바꾸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뭘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업계를 위한 일에만 충실해도 될까말까하는데 할일이 그렇게 없느냐"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명칭에 '바이오'를 붙여 '제약바이오'라고 명명했는데 과연 무슨 뜻으로 결정했는지 모르겠다는 너스레다.
▲한국제약협회가 '바이오'자를 추가한 새간판을 내걸었다. |
그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서로 입안에 있는 것을 꺼내 건넬정도로 친하게 지내 왔던 게 사실이지만 이번에 논란거리의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두 단체간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과거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까지 인수하겠다고 M&A운운하면서 방방 떠 왔던 게 제약바이오협회의 못난 행태였다.
앞서 당사자인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측은 "제약바이오협회 명칭 변경에 대해 솔직하게는 불리한 입장"임을 밝혀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겨 둔 상황이다.
또한 신약조합 측도 이에 대해 "과연 인수가 되겠느냐, 신약조합이 상급기관인데 어떻게 되겠느냐"며 "신약조합은 특별법에 의한 특별법인이며 '산업기술 연구조합육성법'이라는 조합 설립 고유법이 따로 존재한다. 제약바이오협회는 누구나 만들수 있는 임의 법인이라고 차이가 있다"고 협회의 잘못된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합은 인수할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제약협회의 생각은 신약조합이 할 일이 많은 것 같으니까, 갖고 가겠다는 취지였을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행태를 보이는 게 제약바이오협회의 한계인 현 주소"임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과거 신약조합까지 M&A운운하며 방방 떠 왔던 게 제약바이오협회 못난 행태"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언급된 외자사들의 주장은 혁신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혁신의 가치는 본사의 얘기다. 한국에서는 임상시험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의 가치를 해달라는 요구는 넌센스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다만 "임상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한국에다 연구소를 조성하고 공장을 만드는 수순을 먼저 밟아야 한다"며 "연구와 생산은 다 외국에서 다 하고 약만 팔아먹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외국에서 연구와 생산을 해서 약가를 받았다고 해 그것만큼 한국에서도 인정해 달라는 식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싸게 받을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외자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제약바이오협회와 관련 "산업에 효과가 있는 쪽을 지향해야지 그저 이름값만 높이려하고 생산을 위한 사업으로 자꾸 끌고 가려 한다면 회원사들이 혜택 받는게 뭐냐, 모두 단체에 회비를 내고 있고 기업들이 혜텍받는 것이 없다면 군소리가 나올수밖에 없다"고 염려하고 "외사사와 어울려서 좋을 게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파트너지 그네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갈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제약바이오협회만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판에 자꾸 왜곡하고 헛발질만한다면 제약 산업 전체를 봤을때 마이너스되는 역효과만 볼수 밖에 없다는 큰 염려다.
"여전히 제약산업을 위해 일하려는 것보다 서로 갉아 먹으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오히려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을 끌어 내리고 있고 자기네들끼리 해 먹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젠 비지니스로 가야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연구 개발로 경쟁력을 키워야지 옛날식으론 비젼이 없다"는 한 제약단체 관계자의 의미심장한 말이 그냥 넉두리로 웃어 넘길수 없는 이유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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