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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농단①]예사롭지 않은 '제2 약꾸라지의 제약농단 의혹' 진상은(?)

지난달 12일 임기 1년여 기간을 남긴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이 신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돌연 자진 사퇴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3월~2010년 2월 어준선 비상근회장체제하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일괄약가인하 정책에 맞서 각을 세우면서 난관에 봉착했었음에도 당시 협회의 구원투수로 바통을 이어받아 첫 상근회장으로서 같은해 6월 임기를 시작, 지난 6년6개월간 직을 수행해 왔다.

관료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어 회장 막바지에 4개월 비대위체제라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고 정부의 약가 정책에 맞서 업계의 들끓는 비판여론을 총 궐기대회를 통해 표출해 내는 등 무난하게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경호호의 중도 하차가 일개 약꾸라지(약+미꾸라지)(?)에 농단당한 협회가 현 회장을 또 다른 희생양삼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이날 이 회장도 사퇴 이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1년 더 남았는데 중간에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와 회원사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 돼 정리를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 갈등 없이 마무리하는 거니까"라고 말을 아꼈지만 임기 1년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수장이 사견을 전제로 하차한다는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과연 회원사들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뜻은 뭘 의미하는 걸까.

사단법인 협회장의 주 업무가 제약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주된 업무 중 하나가 회원사들이 약가를 잘 받게 하는 것이다. 불법 리베이트 척결도 주된 업무 중에 하나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협회장이 업무를 잘못했고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협회 안팎에서는 문책성 책임론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 이유다.

그동안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과 불법 리베이트 척결 의지에 미온적이었다는데 방점이 찍힌 셈이다.

최근까지도 국내 몇몇 제약사들의 불법리베이트 사건보도가 심심찮게 나온게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협회내 약가 담당이나 불법 리베이트 척결 부서 등도 그 책임에선 자유로울수 없다는 게 같은 논리다.

문제는 정작 같은 사안을 놓고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해당 실무 부서는 '미꾸라지'마냥 쏙 빠져 있다.

지난 십수 년 관련 업무 책임 부서 임원들의 문책성 얘기는 전혀 거론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 1989년 협회 상근부회장 체제였던 최수일 부회장(1989년2월~1990년9월)을 비롯 김홍찬 전무(1993년3월~1999년2월), 신석우 전무(1999년3월~2006년2월), 문경태 부회장(2006년3월~2011년2월), 가깝게는 김연판 부회장(2011년3월~2014년3월) 하차때도 표면상 문책성 책임론에 모두 휩싸였지만 해당 부서는 전혀 그 유탄을 맞지 않았다.

이번에 또 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일명 약꾸라지는 목숨을 연명한 채 오히려 승진하는 등 지금까지 승승장구해 왔다는게 협회 안팎의 눈총이다.

제약협회 내부에 정통한 한 제약사 임원은 "협회내 현안에 대한 문책성 책임은 회장이 지는게 당연하지만 이제까지 회장 직속 약가나 불법리베이트 척결 담당 부서 임원들은 그 책임에서 쏙 빠져 있었고 오히려 승진을 보장 받는 등 이치에 맞지 않아 온 게 오래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경호호 중도 하차 '등떠밀린 책임론'-'또다른 희생양' 의혹도"

적어도 이런 상황이 10년 넘게 벌어졌는데도 협회는 왜 이를 걸려내지 못했을까.

깊이 들여다 보면 여기엔 약꾸라지 같은 검은손(?)의 대활약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미 협회 안팎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달 12일 신년 첫 기자회견에서 중도 사의를 표명하고 있는 이경호 제약협회장의 얼굴에 상심이 가득찬듯 어두워 보인다.

특히 약꾸라지가 특정 이사장단사와 내통하며 승진을 보장받고 정보를 제공해왔다는 의혹까지 양산해 왔다는 것이다.

또 이사회 등의 큰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시켜 이들 동조社들과 함께 협회를 농단해 온 결과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신빙성을 얻는 대목이다.

이와 연관된 일부 특정 이사장단사는 오히려 꿩먹고 알먹은 격으로 내부 정보도 보고받고 이를 통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협회를 뒤흔들면서 자기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해 왔다는 전언이다.

결국 약꾸라지와 특정 이사장단사간 블랙커넥션이 제약 농단의 진원지 아니겠느냐는 의혹제기다.

협회 내부에 정통한 또 다른 제약사 임원은 "그간 협회내 주요 업무가 엉망으로 돌아갈때마다 그 책임을 상근임원들에게 물어 왔고 이번에도 회장에게 문책성 책임을 떠 안긴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 그 일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관련 업무 실무자나 담당 임원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며 "만일 이게 아니라면 회장이 무엇을 잘못해 중도 하차했어야만 했는지, 과연 무엇이 잘못돼 가고 있는지를 협회 스스로 밝혀나가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또 "과연 그동안 여타 회원사의 의견들이 협회 정책 수렴과정에 순조롭게 반영돼 왔었는지, 아니면 특정 제약사의 입맛대로 협회가 흘러갔었는지 여부에 대해 이번 기회에 한번쯤은 짚고 넘어 가야 한다"면서 "차기 집행부가 말들만 무성했던 협회의 농단 의혹 사태를 털고 가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상근임원들 줄줄이 하차-'약꾸라지'부서 승승장구...공동이익.글로벌 신약개발은 '뒷전'

또 한편으로는 이경호호의 하차가 2011년 정부의 쌍벌제 시행 전후로 끊이질 않던 특정 이사장단사와 세다툼에 의한 갈등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후문이다.

특히 대형 제약사와 중소 제약사간, R&D를 추진 하는 제약사와 그렇지 못한 제약사간, 불법 리베이트 연루 제약사와 아닌 제약사간 숨은 알력이 있어 왔다는 얘기다. 그 근원에 약가와 유통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제약협회 최고 결의기구인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에 걸려 있는 역대 이사장단사와 회장들의 모습이 벽에 결려 있다.

S대 출신 10대 김원배 이사장(2012년3월~2014년2월)에 이어 11대 조순태 이사장 체제(2014년3월~2016년2월)가 들어서면서 J대 출신들이 한 계파를 형성하고 S대 출신인 이경호 회장과대립각을 세우면서 파열음이 났다는 소문이다.

지난해 12대 이행명 현 이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지연, 학연 등을 앞세운 또다른 큰 블럭 앞에 이경호호가 결국 멈춰설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출발선은 약가지만 약값을 잘 받은 의약품을 원활하게 팔기 위해서는 유통이 좌우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리베이트 사건들이 곳곳서 터져 나온데다 잠재적 뇌관까지 도처에 깔려 있음에도 불구, 온전히 대처하지 못한 이경호호의 책임론이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불법 리베이트 척결에 사활을 걸다시피한 이 이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더이상 바라만 볼수 없지 않느냐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다.

오죽하면 이행명 이사장이 "앞으로 불법리베이트를 저지른 제약사의 명단을 이사회에서 공개하겠다" 고 운운하며 리베이트 척결에 명운을 걸 정도 였으니 말이다.

그새 후일이 두려운 약꾸라지는 자신에게 쏟아질 비판의 화살을 이번에도 상근임원 쪽으로 180도 돌려놓은 것 아니냐는 셈법이다.

현 제약농단 의혹이 진행형인 까닭이다.

'약꾸라지' 로 인해 눈 앞 단물만 빼 먹고 마는 비지니스 정책만 여전"

그러다보니 협회의 본업인 공동의 이익증진, 글로벌 신약 개발 등 국내 제약산업 발전 중장기 정책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다.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불법 부당거래를 추방하고 R&D를 통해 우수한 약효, 안전성 약품 개발에 책임을 다한다"는 협회 기업윤리헌장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방배동 제약협회 건물 옆 오른쪽에 자리한 초석에는 '공동발전에 기여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기세 등등한 약꾸라지의 성과(?) 덕에 협회 내부 갈등은 심화되고 비정성화되면서 신약개발, 공동의 이익 증진이란 당초 목표는 오간데 없어진 셈이다.

이날 이경호 회장의 사퇴의 변과 함께 연속 클로어즙된 상기된 표정은 이를 반영하듯 숙연함 마저드는 이유는 뭘까.

협회 한 관계자는 "가깝게는 지난 2014년에 김연판 부회장이 관련 업무 책임을 물어 등떠밀릴때도 약가 및 거래질서 관련 책임 부서들은 쏙 빠지는 바람에 약꾸라지의 활약(?)이 대단했었다"며 "아는 사람은 다들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고 협회 농단 행태를 맹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한 임원도 "이 회장의 돌연 사퇴는 정부의 약가인하와 유통의 문제 등 온전히 회장에게만 그 책임을 덧씌우고 이번 사태로 까지 몰아 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무성하다"며 "보통 여타 단체에서는 책임 부서 임원들도 같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수가 없다. 그럼에도 오직 상근임원에게만 줄줄이 그 책임을 물어 왔던 게 관행아닌 관행이었다"고 협회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비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글로벌 신약 개발 등 협회 본업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매년 약가업무나 유통에만 전력을 쏟는 등 업무의 불균형을 초래한 비정상화가 굳어 있다"며 "그 중심에는 약꾸라지 부서의 숨은 활약이 있어 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고질적인 병폐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고선 글로벌 신약개발, 공동의 이익 증진 등 당초 목표는 수포로 돌아갈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와중에도 무소불위식 '약꾸라지' 로 인해 눈앞의 단물만 빼 먹고 마는 비지니스 정책만 여전하다는게 업계의 씁쓸한 지적이다.

그래서 "약가 및 유통 관련 부서가 '약꾸라지' 업무부 아니냐는 우스겟소리까지 나온게 어제 오늘이 아니다"는 여론의 지적이 우려스럽다.

이날 이 회장은 "새로운 제약산업 환경에 협회의 거버넌스 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돼 일단은 자리를 비우는 것이 좋겠다", "중간에 (회장)교체가 필요하다는 저와 회원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돼 정리한다고 보면 된다" 며 굳이 사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무언가 말 못할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 듯했다.

그저 제약 농단 의혹 사태를 우스겟소리로 강건너 불 구경 할수 없는 이유다.

최근 공석인 차기 협회장에 원희목 전 약사회장이 추천되면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과연 작금의 비정상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놓치 않고 정상화에 나설지 신임 집행부에 거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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