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의료계/학회
7일 ‘간호법 국회 통과 문화마당’ 통해 어려운 간호현실 토로 이어가

간호사들이 말하는 현장은? … “면허 평생 아닌 6개월짜리”

“임상현장에서 근무한 지 1달도 되지 않아 간호사 서로가 계속 간호사 하실 걸 거냐고 묻는 직업이 대체 어디 있습니까. 신규 간호사가 수백 수천 번 서로 하는 말입니다.”(김철순 종합병원 근무 간호사)

“이제 막 업무를 보기 시작한 신규 간호사들이 떠나면 그 자리는 남아있는 경력간호사들이 두 배로 버텨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 경력간호사도 업무에 지쳐, 교육에 지쳐 더 이상 환자들 옆을 지키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최선 대학병원 근무 간호사)

“국회의원님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성실히 대학 다니며 어렵게 취득한 간호사 면허증을 평생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떠나는 대한민국 간호 현실을 생각해주세요.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가 대한민국 간호사로서 자긍심 갖고 오래오래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서승연 지방의료원 근무 간호사)

간호계와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이하 간호법범국본)가 국회 앞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매일 개최하고 있는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간호현장이 처한 현실을 토로하며 이구동성으로 간호법 국회 통화를 국회에 촉구했다.

전국 62만 간호인과 간호법범국본이 간호법 통과를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 개최하는 문화마당은 간호법이 통과하는 날까지 매일 국회 앞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한마당’을 열고 간호법범국본에 참여한 단체의 지지와 간호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날 국회 정문 1문과 2문 사이 그리고 현대캐피탈빌딩과 금산빌딩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는 500여 명의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입니다’, ‘부모돌봄의 선진국가 간호법으로 시작합니다’, ‘간호법=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간호법 즉각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문화마당에 참여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한다는 김철순 간호사는 “간호현장의 어려움을 바꾸지 않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겠나. 간호법은 간호사가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돌봄 법”이라면서 “간호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과 환자 곁에서 최선의 간호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대학병원에 근무한다는 최선 간호사 역시 “간호사 대부분은 불규칙한 3교대로 강도 높은 근무를 하며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하지만 보람차게 출근해서 병원에 도착하면 이 막막한 현장에 다시 집에 가고 싶어진다”며 그 이유로 간호사 한명이 감당해야 하는 많은 환자 수와 신규간호사의 사직을 꼽았다.

최 간호사는 “담당 환자 수가 너무 많으면 간호사를 더 뽑아서 채워야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간호사들은 병원이라는 현장을 떠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병원에 입원을 해보셨다면 간호사들이 뛰어다니는 모습과 함께 말을 붙이기 어려운 모습을 보셨을 거다”면서 “환자들의 혈압을 측정하고 투약하고 식사를 잘했는지 소변과 대변은 잘 보았는지 물어보는 간호사들은 정작 마음 편하게 물 한 모금, 화장실 한번 못 가며 시간에 쫓겨 일하고 있다. 신규간호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한두 달 겨우 버티다가 결국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전수민 학생은 “간호사는 로봇이 아니다. 간호사를 공장의 부품 마냥, 대충 쓰고 버리고 식의 해법을 고수해왔다면 이제 그들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불필요한 일을 그만하게 하고 인력 수급이 원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 첫 단추가 바로 간호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과에 진학한 저의 친구들이 저를 부럽다고 한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두렵다”면서 “힘들게 공부하고 면허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직하는 선배 간호사들을 보면서 나도 같은 길을 걷게 될까 두렵다. 나는 평생 간호사로 살고 싶다”며 “전국의 간호대학생들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간호법을 제정하여 우리를 평생 환자 곁에 있게 해 달라”고 국회에 간호법 통화를 촉구했다.

지방의료원에 근무 중인 서승연 간호사는 “OECD 주변국과 비교해 더 많은 간호업무가 주어지고 있음에도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나 의료용품을 카운트하기 위해 더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이러한 간호사의 초과근무는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 업무강도는 높고 간호환경은 바뀌지 않으니 신규간호사 절반이 1년 내 퇴사하는 것이 대한민국 간호의 현실”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은 국회 앞에 이어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진행됐다.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김찬권 간호사는 “간호사 1인이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량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초과근무는 기본”이라면서 “물 마실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했다.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간호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간호사는 대상자의 질병예방,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지만 막상 본인의 건강은 돌볼 수 없는 현실이었다”며 “이 현장이 개선돼야 간호사가 더 이상 병원을 떠나지 않게 될 것이다. 숙련도가 높은 간호사가 질 높은 간호를 국민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간호법 제정에 나서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종합병원에 입사한지 2개월이 됐다는 정영학 간호사는 “신규간호사로 근무하는 2개월 동안 선배 간호사들이 식사하러 가는 모습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본인 식사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업무 강도가 높고 잘못된 환경은 바뀌지 않으니 신규간호사 대부분이 1년 내내 퇴사한다고 생각한다. 간호사가 제대로 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환자에게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간호사는 또 “간호법이 제정되면 업무 범위 침범이 우려돼 의사협회 등에서 반대한다는 기사를 봤다. 하지만 선배 간호사의 경험을 통해 이미 간호사가 의사 오더 창에 들어가 처방을 내리고 오더 확인하는 경우를 보았다고 들었다. 전화로 보고할 때 의사가 본인 대신 오더 좀 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담당 간호사가 그럴 수 없다고 하자 의사가 직접 와서 스테이션 가운데에서 본인 대신 오더 내려주는 게 그렇게 힘든 것이냐고 성질냈다고 한다”며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가 업무 범위를 침범하는 것이 아닌 침범하게 하는 상황들을 막아내고 확실한 업무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간호현장의 현실을 꼬집었다.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강다연 학생은 “노인 1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돌봄문제는 거대한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면서 “이미 간병살인, 돌봄방치 등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더 이상 돌봄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간호법의 목적은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혜택을 제공하는데 있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우리사회의 돌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은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리는 민트 프로젝트의 대표색인 민트색 물품이 활용됐다. 또 참가자 모두 민트색 마스크와 스카프를 착용했다. 민트 프로젝트는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려 국민의 마음인 ‘민심을 튼다’는 의미를 담아 민트색을 대표색으로 지정하고 전국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시민들과 ‘그대에게’, ‘오늘부터 우리는’ 등의 우리에게 친숙한 곡으로 떼창(다함께 부르는 노래)을 함께 하며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시민과의 어울림 문화마당을 연출해 냈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정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https://www.kpbma.or.kr/
bannerManager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