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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넷 "유산유도제, '국가필수약’ 지정·신속 도입" 거듭 촉구..."제대로 된 답변도" 주문

"안전한 임신중지에 ‘사회적 합의’ 끝났다"...유산유도제 즉각 도입하라
임신중지 최전선의 핵심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 배제한 합의 "탁상공론"
시민·의사·약사 1856명 진정서에 성의없는 '복붙'으로 회피한 '식약처'

개별 민간 제약사 도입신청 없인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 '식약처' 수수방관
시민.의사.약사 1856명 진정서에 성의없는 복붙으로 회피한 식약처 답변에 부쳐
"약물적 임신중지, 외과적 임신중지에 뒤지지 않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지법"

모임넷(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은 최근 유산유도제 필수약 지정과 도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식약처가 반려한 것과 관련 "‘유관부서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란 식약처의 답변은 탁상공론"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모임넷은 26일 광화문 광장 이순신장군앞에서 가진 '유산유도제 필수약 지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비판하고 "우리는 식약처가 이야기하는 ‘이해 당사자’란 누구를 칭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의아해 했다.

모임넷은 "임신중지 권리에 있어 최전선의 당사자들은 바로 여성들이며 ‘사회적 합의’는 다름아닌 임신중지의 당사자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산유도제 도입은 이미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23만명 이상이 요구한 바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낙태죄'의 법적 실효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그래서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리의 보장을 요구하는 수많은 시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해서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또 임신중지 의료를 제공하는 일선의 보건의료인들도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유산유도제 도입과 임신중지 의료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임신중지의 가장 당사자인 주체들이 한목소리로 진정서를 제출한 지금의 상황이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면, 식약처가 이야기하는 ‘이해당사자 간 합의’는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혹여 "정부가 말하는 이해당사자는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일부 직능단체와 종교단체에 국한된 것은 아니냐"고 비판의 공세를 끌어올렸다.

"임신중지 최전선의 핵심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배제한 합의는 탁상공론일 뿐"이라는 모임넷은 "우리는 지정요청을 반려하면서 유관부서간 협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검토하겠다는 식약처의 답변은 순서가 뒤바뀐 것"임을 지적하고 "민원에 대해 유관부서간 협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협의가 미비하니 민원을 반려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또 식약처는 ‘국가필수약’이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이라고 밝히면서도, 유산유도제가 시장기능만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임넷은 "유산유도제가 시장 기능만으로는 한국에 도입되기 어렵다는 것을 지난해 현대약품 사태에서 확인했다"며 "유산유도제 상품 중 하나인 '미프지미소'를 도입 신청했던 현대약품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에 현재 어느 제약사도 유산유도제 도입을 신청하지 않아 도입 논의조차 전면 중단된 상태"임을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의약품 제조업체 또는 수입업체에서 의약품의 제조판매(수입) 품목허가 신청 또는 신고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기준 및 시험방법 등 제출자료 심사 및 평가 등을 통해 품목허가’를 하고 있으며 유산유도제도 마찬가지 절차를 거쳐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며 "이는 시민의 건강권 보장에 대한 공적 책임을 지닌 식약처가 개별 민간 제약사의 신청 없이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수수방관하고 있음을 스스로 답변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 답변 중에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유산유도제 미비로 인한 건강권의 공백 상태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었다.

모임넷은 "의사 진정서에도 밝힌 바와 같이, WHO는 이미 2005년부터 유산유도제를 필수약으로 지정하여 각국이 확보하고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WHO에서 발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2주 미만의 임신중지에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병합요법은 1순위로 권고되고 있다. 약물적 임신중지는 외과적 임신중지에 뒤지지 않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임넷은 "임신 9주 이내에서는 95% 이상, 임신 10주 이내에서는 93%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며, 임신 1분기 이내 사용 시 중증 합병증(입원, 수혈, 응급실 내원, 감염, 사망 등)은 0.15% 수준으로 여타 전문약보다도 안전성이 입증된 필수재"라고 언급했다.

반면 "이를 사용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건강권 침해는 다층 다단하다. 단적으로 외과적 임신중지가 불가능한 여성의 경우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지 않는 이상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가로막히는 심각한 건강권 침해에 직면한다"고 우려하고 "유산유도제 도입 지연으로 한국의 여성들은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약을 구하거나, 병원에서도 효과가 더 좋은 약을 사용하지 못해 대체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는 ‘불법 의약품 근절’ 프레임으로 일관할 뿐 정작 정부의 책임 방기로 국내 미비한 유산유도제를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계획이 전무하다"며 "유산유도제를 둘러싼 이 모든 논쟁에서 건강권 보장에 나서야 할 정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여전히 임신중지를 공중보건과 권리의 차원이 아니라 통제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과거의 굴레를 정부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2020년 12월 31일 낙태죄가 비로소 효력을 상실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임신중지가 이제는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합의를 확인한 것이다.

모임넷은 "임신중지 비범죄화라는 헌법적 권리가 인정된 지금의 한국사회의 ‘합의’를 식약처를 비롯한 행정부처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면서 "유산유도제 도입에 있어 국가 책임을 실현할 경로로써 ‘국가필수약’ 지정과 신속 도입을 다시한번" 촉구하고 "제대로 된 답변도" 주문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인권과 건강권, 과학적 이해에 기반해 책임있는 답변과 행동을 요구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근래 유산유도제 필수약 지정과 도입을 촉구하는 세 건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지난 5월 4일에 약사 172인이, 6월 21일에 의사 59인이, 그리고 6월 26일에는 시민 1625명이 유산유도제 필수약 지정과 신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도합 1856건의 자필 진정서는 산적한 임신중지 제도화의 과제들 중 가장 작은 첫 걸음인 유산유도제 도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식약처는 3건 모두에 대해 지정 요청을 반려하며, 순차적으로 ‘복붙’이나 다름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한정렬 기자  jrh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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